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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퍼맨’ 시리즈가 5편이 등장했다. 28년 전인 1978년, 리차드 도너 감독의 ‘수퍼맨’ 1편이 개봉돼 연일 만원사례를 이룬 적이 있었다.

당시엔 우리 영화보다 외화 한 편이 영화사 입장에선 1~2년 분의 경비를 조달하게 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외화 한 편 수입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우리영화를 1/4분기(3개월)에 2편 이상 만들어야 했었다. 물론 해외영화제나 대종상 등에서 작품상이나 감독상, 대상 등을 받은 작품에도 외화를 수입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지곤 했었다.

그래서 수입된 외화들은 종자(種子)돈이 되어 우리 한국영화를 만드는 밑 걸음이 되었다.

당시 필자는 충무로에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조감독 생활을 청산하고 수억 원의 영화제작비를 믿고 지원해 주게 될 회사를 물색하던 중, 우리 지역출신이신 김용덕 사장이 운영하는 ‘우성사’라는 영화사에서 갖은 눈치를 보며 영화사의 허드렛일에서부터 기획업무, 제작부 업무, 홍보 업무 등을 거들어 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우성영화사에서는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수퍼맨’ 1편을 수입하게 되었다.

필자는 사주의 명령에 따라 극장용 예고편과 TV 광고용 예고편을 별도로 만들었고 또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우리말로 더빙까지 하는 시도도 해보았다.

이후 영화가 개봉되자 어린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이룬 매표소 앞 행렬은 극장 부근을 두 바퀴정도 감싸 돌 정도로 연일 매진사례가 일어났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치 명절날 귀향 길에 오른 서울역 앞 귀향 객들의 행렬처럼 관객의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또 한때의 호기를 놓칠까봐 암표상인들도 전성기를 맞아 극성이었다. 이젠 암표판매상인 이야기는 추억 속의 그림이 된 것 같다.

수퍼맨이 개봉되기 전 미리 영화사 측에선 영화상영 외 부수입원까지 철저하게 고려해 여러 홍보용 상품을 제작한 바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호기심이 넘치는 수퍼맨 도안이 들어있는 T-셔츠나 퍼즐게임, 책받침, 풍선, 가면 등의 판매고가 입장객들의 관람 수입보다 앞서기도 했었다.

그래서 ‘수퍼맨’ 1. 2편이 생각나게 하는 ‘수퍼맨 리턴즈’(수퍼맨 시리즈 5편)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남달리 감회가 새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이 하루 하루가 다르게 급진적으로 바뀌어진 요즘의 ‘수퍼맨’ 시리즈에선 그동안 20년 전에 보여주었던 모험, 환상, 희망, 꿈은 그리 강조되지 않고 이젠 환상 같은 수퍼맨의 활약상들이 인간사의 일부분처럼 그려져 있다.

마치 그 어떠한 지존적 인물이라도 그것을 인간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려내고 있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는 없다고 하는 것을 강조라도 하는 듯 하다.

항상 우월주의와 제일주의를 앞세운, 즉 전지전능이란 용어가 인간에게 더욱 어울리게 되는 단어인양, 미국영화의 우월주의 고질병이 다시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