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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들을 낳아 대를 잇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노년이 다 돼서야 아들 하나를 얻었는데 그 아들이 너무 병약해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던 현인이 복분자를 먹여보라고 권해 부지런히 먹였더니 아이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져 노부부를 기쁘게 했다. 아이는 힘이 얼마나 좋았던지 소변을 보면 소변줄기가 요강을 뒤엎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된 이름이 ‘복분자’다.

‘뒤집힐 복(覆)’자와 ‘요강 분(盆)’ 그리고 ‘아들 자(子)’ 즉 요강을 뒤엎는 과실이라는 뜻으로 복분자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국내 최대 복분자 고장인 전북 고창에 전해져 내려온다. 이 이야기는 최근까지 근거 없는 속설로 치부되곤 했지만 복분자에 대한 연구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복분자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복분자에 얽힌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현대과학의 힘을 빌어 사실로 들어나고 있는 셈이다. 전북대 백병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복분자는 남녀의 성기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백교수는 쥐에게 알코올 도수 13도의 복분자 술과 복분자 즙, 일반사료를 5주 동안 투여한 뒤 쥐의 고환을 떼어내 복분자와 일반사료를 먹인 쥐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시험 결과는 놀랍게도 복분자 술을 먹인 쥐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른쥐에 비해 16배 이상 높았고, 정충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확인됐다. 이 물질은 일명 ‘투쟁의 호르몬’으로 불리는데 남성의 정액을 밀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이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검은눈방울새 수컷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했더니 외도율이 증가하고 자식을 낳는 수도 현저히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복분자의 성기능 향상 효과는 암컷 쥐의 난소에서도 확인됐는데 복분자 술을 먹인 암컷 쥐의 난포가 일반쥐보다 크게 자랐으며,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5주 동안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에 전해내려오던 복분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힌 놀라운 연구 성과다.

복분자의 효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 안용중 교수팀은 복분자가 노화방지와 헬리코박터 파이오리균 억제효과가 뛰어나 현대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큰 효험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 복분자의 항산화 효과는 비타민C보다 2.5배 높고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오리균을 사멸시키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또 경희대 김선여 교수는 복분자 추출물이 신경독소물질을 억제시켜 치매와 뇌졸증에 의한 중풍의 예방과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면 복분자의 어떤 성분이 이처럼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학자들 사이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붉은 색소’다. 식물에 분포돼 있는 붉은 색소는 의학적인 효과가 밝혀진 리코펜을 비롯해 안토시아닌류가 주목 받고있다. 리코펜은 비타민A가 되기 전의 물질로 우리 몸의 간·폐·전립선·고환·피부 등에 저장돼 있으면서 생식기능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은 지방에 녹는 지용성 색소로 수박에 많이 들어있다. 안토시아닌은 물에 녹는 수용성 색소로 청동기시대부터 의약용으로 사용돼 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의학의 시조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도 언급돼 있다. 안토시아닌은 복분자에 많이 들어 있는데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기능및 항염증작용이 높으며 야간시력을 개선하고 혈관질환·요로감염을 방지하는 등 다양한 약용능력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붉은 색소의 왕’ 복분자를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최근 복분자의 여러 효능이 드러나면서 복분자 음료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음료는 복분자 원액이나 향료를 섞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인데, 약효를 제대로 보려면 원액을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잘 익은 복분자를 고압으로 짜낸 복분자 즙 원액을 영하 30도에서 급속냉동해 장기간 보관하면서 조금씩 녹여 먹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복분자 즙은 당도가 높아 상온에서 금세 발효돼 맛과 향 그리고 독특한 성분이 변질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코올 도수 13도 정도의 복분자주를 담가놓고 매일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다. 요즘 복분자 재배가 늘면서 판로 걱정을 하는 농업인이 많지만 복분자의 다양하고 탁월한 건강보조 효과가 보다 많이 밝혀진다면 복분자가 조만간 황금알을 낳는 작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료제공=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