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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몇 달 앞둔 어느 날부터는 직원들과의 커피 한잔의 대화내용은 선배님은 퇴직 후 뭐 하고 보낼거에요 하고 묻는 것이 대부분 이였다.

난, 퇴직하면 그 동안 직장생활로 하지 못했던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놀면서 보내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퇴직 후 몇 개월 동안은 계획했던 대로 산행과 걷기 등 가족과 함께 놀면서 꼬박꼬박 3식이 생활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보람도 있고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물론 가족들도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노는 것도 3식이 생활도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싫증나기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무엇을 할까?

운동을 하기 위해 그동안 때때로 즐겨 했던 그라운드골프를 치기위해 운동장을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 때론 타 시군에서 개최하는 그라운드골프대회도 참가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럼, 내일은 무엇을 할까?

반복되는 날이 계속되는 어느 날 괜히 먼저 퇴직하여 아파트경비를 하는 선배를 찾아가 선배님의 삶의 현장에서의 제2의 인생 생활을 듣고 싶었다.

선배님의 짧은 조언 한마디는 “노는 것도 한순간이다”며 난, 지금 아파트경비를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젠, 우리는 누가 오라는데도 찾는 곳도 없다며 경비라도 하려면 사전에 경비교육을 받아두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 교육을 받아 보라고 알려 주었다.

참 좋은 조언이었다. 내가 36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좌우명으로 여겼던 “미래는 준비 된 자의 것”이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며칠간 망설임 속에 그것도 자존심이 있어 혼자는 가지 못하고 함께 교육을 받을 동료를 찾아 교육을 받기로 하여 교육이수증을 받고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이수증을 받고 난 후에도 내 마음속 한 곳에는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수십 년 동안 공직생활까지 했던 사람이 무슨 경비를 하느냐고 동료와 둘이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우리, 오늘부터 자존심을 버리자” 자존심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며 굳은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마음속 자존심 하나를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는 각오로 “끌어당김의 법칙”을 기대한 결과 일자리가 생겼다. 교육기관 게이트에서 차량 입출입 관리와 안내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막상 경비로 근무한다고 생각하니 또 다시 그 놈의 자존심이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며칠간 고민 끝에 가족들과 상의 후 일단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결론적으로 그 동안 마음속 작은 자존심 하나를 버리고 난 후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일정을 고민했던 오늘은 무엇을 할까? 등 고민은 물론 3식이 생활도 마감하고, 산행과 걷기운동 등 취미생활로 건강도 챙기고, 경제적 수입도 생겨 백수생활에서 벗어나 요즘 바쁜 일정으로 제2의 인생을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기욱 [전 화순군 공무원](010-6368-2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