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왕영(王塋)이란 신하(臣下)는 매우 총명(聰明)한 사람이었다. 그는 순간(瞬間)적인 재치(才致)와 우스갯소리로 국왕(國王)의 노여움을 풀어주고 화근(禍根)을 무마(撫摩)시키곤 했다. 하루는 나들이를 다녀온 국왕이 궁정(宮廷)으로 돌아오는데 난데없이 호랑이 한 마리가 앞으로 씽 지나가는 것이었다. 매우 불길한 징조였다. 깜짝 놀란 국왕의 얼굴은 핼쑥해졌다.

󰡒나쁜 일이라도 생길 모양인고?󰡓

왕영이 얼른 말을 받았다.

󰡒전하, 옛날 순(舜)임금이 국왕으로 계실 때는 춤을 추고 북을 울려야 비로소 숱한 짐승들이 찾아 들어왔지요. 오늘은 전하(殿下)의 옷에 멋진 그림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호랑이가 찾아온 것입니다.󰡓

국왕의 노여움은 금새 사라졌다. 침실(寢室)로 돌아온 국왕은 하루의 피로(疲勞)가 몰려와 무작정 침대(寢臺)에 벌렁 누웠다. 침대가 삐그덕 소리를 내며 폭싹 내려앉았다. 허리라도 다친 모양인지 국왕은 겨우 일어나서더니 허리에 손을 짚고 얼굴을 찡그리며 벽력(霹靂)같이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다! 침대가 왜 이 모양이야?󰡓

국왕(國王)의 호령(號令)을 듣고 옆방에 있던 왕영이 재빨리 달려왔다. 침대를 본 왕영은 장난기 서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하께서 덕을 많이 쌓아 땅도 지탱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 말에 국왕은 언제 화를 냈던가 싶을 정도로 웃음을 머금었다. 국왕이 새로 바꾸어 온 침대에서 한잠을 푹 자고 일어나 보니 어느덧 중천(中天)에 걸렸던 해가 서산(西山)으로 떨어진 지 오랜 듯 밖은 몹시 컴컴했다.

󰡒불이야! 불이야!󰡓

별안간(瞥眼間) 밖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悲鳴)이 들려 왔다. 궁정의 대문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국왕이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마침 대문(大門)을 바꾸려던 참이었지.󰡓

왕영이 말했다.

󰡒이게 하늘의 뜻입니다.󰡓

국왕과 왕영이 한바탕 웃어 넘겼다.

/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