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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2일,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대회가 열렸다.

해당 대회는 한, 중, 일의 프로바둑기사 5명씩 팀을 이뤄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방식으로

이긴 사람만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였다.

한국은 이전 대회에서 계속 우승을 했기에 바둑 강국 중국과 일본은 한국을 이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때였다.

한국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한종진 5단, 안달훈 6단, 유창혁 9단, 최철한 9단, 이창호 9단으로 구성된 최강의 팀을 출전시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대회 1라운드 만에 이창호 기사를 제외한 전원이 탈락한 것이다.

심지어 최철한 기사가 1승을 했을 뿐 나머지 기사들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탈락한 충격적인 패배였다.

마지막 3라운드에 남은 기사는 중국 3명, 일본 2명 그리고 한국은 이창호 기사 혼자였다.

한국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이창호 기사 혼자 중국과 일본의 5명의 기사를 상대로 모두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한국바둑을 이긴다고 예상한 일본과 중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중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이창호 기사의 우승 확률은 3%도 되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심지어 한국에서조차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창호 기사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마지막 3라운드가 펼쳐지는 상하이에서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중국 기사들과 이창호 기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 중국 기사들은 웃음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지만 홀로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이창호 기사는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펼쳐진 3라운드 이창호 기사는 중국의 러쉬허, 일본의 장쉬, 중국의 왕레이, 일본의 왕민완, 중국의 왕시 5명을 연달아 격파하고 5연승을 거두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에 일본은 침묵했고 중국은 분노했다.

엄청난 위업을 달성한 이창호 기사의 우승은 '상하이 대첩'이라 불리고 있다.

이창호 기사의 우승 후 중국의 또 다른 바둑 강자인 창하오 9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른 한국 기사를 모두 꺾어도 이창호가 남아있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실패와 마주치게 된다.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아직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포기와 실패는 다르다.

실패한 사람은 그 실패의 경험을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포기한 사람은 절대로 다시 도전할 수 없다.

이창호 기사는 말한다.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고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