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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과연 지금에도 먹혀 들어갈까?” 하는 충무로의 걱정들이 곧 필자의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세월만큼 세상도 달라지겠지만 문화의식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야기 속처럼 아군 1명이 적진지 내에서 신출귀몰하는 아이러니한 장면들도 그냥 심각하게 보고 넘어가야만 하는 즉 전투와는 무관한 상황들이 연출되는 엉뚱한 그림들이 난무하는 전쟁 같지 않은 전쟁을 그린 영화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현실이 오늘인 것이다.

또 40~50년 전 당시의 실상을 그대로 재미있게 꾸민 TV드라마나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극(劇) 내용이 흥미롭고 진솔하였기에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더욱 어필되었겠지만 그 내용이 비록 비현실적이며 허구일지라도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필요한 즐거움만 안겨 준다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관객들은 그 영화를 통해 스스로 자아 도취되고 고무되어 영화제작자나 배급사를 대신해 입에 작품을 물고 이곳 저곳 다른 입과 귀와 눈으로 전달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충분 조건들이 있어야 한다. 연기는 기본이며 감동도 기본이고 또 색다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할 수 없는 특이한 반전이 자주 이루어져 관객들의 혼을 완전히 빼 놓는다던가, 또 엉뚱한 사건과 이어져 도저히 상상 못한 다른 결론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 준다면 그 작품은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있다.

그 만큼 일상과 거리가 있는 환상, 모호, 관음, 일탈 등이 영화의 흥망성쇠의 관건이 된 셈이다. 이쯤의 사실들도 많은 관객들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영화가 개봉되면 항상 필자는 걱정이 앞선다. 무조건 우리 영화는 잘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적 사고가 앞서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개봉중인 영화 ‘아이스케키’가 1969년 당시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로, 최연소 연기파 아역배우 박지빈과 데뷔 17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하는 중견 여배우 신애라의 연기가 볼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입장들이 너무 다양하다. 향수를 그린 영화이기에 50대가 넘는 관객들에게만 어필되고 젊은 영화 주 관객 층인 18~23 여성들에겐 큰 감흥을 얻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 같은 상황들을 간파해서이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그 더위에 ‘아이스케키’가 다 녹아버렸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세대에게 전해주는 아날로그 정서의 가슴 찡한 감동, 비록 느린 템포로 진행되며 반전에 큰 기대가 가지 않는 영화이지만 정석으로 영상을 끌어갔기에 보통의 관객들 마음 속에 내재된 향수라는 숨겨진 감성을 더욱 거세게 건드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박형균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