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부모로부터 상속채무를 넘겨받은 미성년자는 향후 성년이 된 후 재산상속 유무를 결정할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이 추진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입법부 협조를 촉구했다.

법무부는 9일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이후 스스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피상속인(부모 등)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경우 상속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승인 △상속포기 △한정승인 등 세 가지가 있다.

단순승인은 상속인이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것이고 상속포기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의무의 승계를 부인하는 것이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 재산보다 상속 채무가 더 많은 경우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상속인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법정대리인이 제때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미성년자가 부모의 채무를 단순 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한다.

이로 인해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성년이 된 이후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부모의 빚을 상속받은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뒤 스스로 한정승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후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내에, 성년이 되기 전 알았을 때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법 시행 전 상속이 개시됐더라도 법 시행 당시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개정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유예조항도 두었다.

한 장관은 "'빚 대물림 방지' 법안은 지난 정부부터 추진돼 온 것을 이어가는 것으로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법무부는 정치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오직 국민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좋은 정책은 이어가고 나쁜 정책은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