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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방문 둘째 날인 8일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상품의 우수성을 핀란드 기업과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세일즈외교로 가득 찼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헬싱키 핀란디아하우스에 열린 제13차 한·핀란드 민간경제협력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높은 교육열과 세계최고 수준의 IT 기술력, 90년대 경제위기 극복 등 양국의 닮은 점을 거론한 뒤 이 같은 공통점을 기반으로 양국 간 실질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이 배석해 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으며, 강신호 전경련 회장 등 양국 경제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IT산업”라며 “정보통신 분야에서 비슷한 수준을 가진 두 나라가 이 분야에서 교역을 확대해나가면 양국 모두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나라도 혼자서 모든 기술을 다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우위에 있는 기술을 합친다면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제3국 시장에 공동진출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유럽 여러 나라보다 민주주의를 늦게 시작했고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민주화 됐고, 투명화 됐고 합리적”이라며 “이젠 한국에서도 반칙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대로 정정당당하게 창의적으로 노력하면 되는 성숙한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투자하면 핀란드 수준으로 보호한다”

노 대통령은 “그것은 핀란드의 여러 분야에서 여러분들이 한국의 학생, 학자, 기업인, 공무원을 만나서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그대로 믿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한국 기업과 약속했을 때 약속이 지켜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투자했을 때 핀란드 수준 정도로 잘 보호되고 지원될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핀란드 경제인들의 대한국 투자를 당부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의 대 핀란드 무역흑자와 관련, “한국이 핀란드에 대해 수출만 많이 하고 수입이 너무 적지 않느냐고 걱정했더니 통상관계 책임자가 (핀란드가 수입하는) 상품 중에 상당 부분은 러시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 한국은 핀란드로부터 많이 수입하진 않지만 여기서 공부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구경하고 그렇게 하는 동안에 핀란드 국민들에게 직접 지불하는 돈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대부분 러시아 수출 몫이고 무역외수지에서는 한국이 핀란드보다 많은 적자를 보고 있으니 한국의 무역흑자에 개의치 말고 투자를 많이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노 대통령은 또 핀란드의 산학연 혁신 클러스터를 높이 평가한 후 “지난 2003년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 클러스터가 (우리나라에서) 학문적 연구대상이 아닌 벤치마킹해야 할 실제대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한국의) 전 도시가 혁신 클러스터를 본받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어느 날엔가 아시아의 핀란드 돼 있을 것”

노 대통령은 처음 방문한 헬싱키의 인상과 관련해 “쾌적한 도시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보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이 도시가 그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덕담을 한 후 “핀란드가 가지고 있는 남녀평등, 저출산·고령화 극복, 잘 정비된 교육제도 이런 것들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어느 날엔가 여러분들은 아시아 동쪽의 한 나라가 핀란드처럼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로넨 대통령도 연설에서 “아시아와 유럽은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며 “한국과 핀란드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자”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마티 반하넨 총리와 헬싱키 총리관저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교류 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한 후 헬싱키 귀족회관(리따르후오네)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회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방문과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제6차 회의를 기념해 8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한국상품전시회에는 LG의 미래주택관을 비롯해 DMB, 와이브로, 게임 등의 분야에서 31개 한국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이어 할로넨 대통령, 유시 파유넨 헬싱키 시장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협력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