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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수 반대론자들은 전작권 환수를 통한 자주국방의 가치를 애써 폄하하고 우리 군사력이 미약하므로 안보를 위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수언론들의 논조만 접하다 보면 자칫 ‘전작권 환수를 정말 지금 해야 하는 건가’하는 혼란에 빠질 법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작권 환수 반대에 발벗고 나선 두 신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통해 전작권 환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두 신문은 일찌기 10여 년 전부터 전작권 환수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파했었다. 이 때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사재기’ 열풍이 불 만큼 안보 불안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우리 군의 자주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동아일보는 월남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195년 4월 28일자 ‘월남은 우리의 반면교사’라는 제목의 당시 논설실장 칼럼은 월남 패망의 원인을 미국에의 의존에서 찾으며 “작통권 없이는 책임감 있는 자위능력의 노하우 개발이 지연된다. 북한이 우리를 배제하고 우리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여기에서 연유한다”고 역설했다.

"미군 주도 국방 우려하던 동아일보"

미군 주도 국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신랄한 지적을 했다. 미군이 전작권을 가진 상황에서는 전쟁시나리오가 반드시 이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군사적으로는 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이상 적이 아닌 미묘한 관계에서는 이 전제에 대한 질문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의 베트남 철수 결정처럼 전쟁시나리오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 순식간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전 종식 후 미국 안보 정책도 다자간 협력체제 모색의 정치우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미군에 의존할 수 없는 이유가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설명한 것이다.

조선일보 “주권국가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사안” 주장

조선일보는 1994년 11월 4일자 기사에서 “평시 작통권 이양은 또 전략개념만이 아닌 폭넓은 국민적 정서에 부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작통권 이양 문제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사안이기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가하면 1992년 10월 1일자 동아일보는 건군 44돌의 최대 과제를 작전권 환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군 장성들은 국민들의 자존의식이나 경제력 교육문화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보았을 때 군 작전통제권을 더 이상 남의 손에 맡겨 놓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군 반세기를 맞는 국군에게 최대의 불명예가 작전통제권의 상실 상태라고 말하는 장교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예비역 장성들이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금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들이 있지만 과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읽어보면 가당찮은 지적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내 환수 하라던 두 신문"

1994년 12월 1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냉전 이후 국지 분쟁의 귀결에서 보듯 국가 보위의 궁극적 책임은 당사국에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의 작통권은 우리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는 것이 다음의 과제”라고 촉구했다.

1995년 11월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역시 “지난해 12월 한국군 1군과 3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함으로써 우리의 작전 능력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나가는가 했더니, 이번에 다시 전시평시를 막론하고 한국군이 갖고 있던 2군의 작통권 가운데 전시작통권은 한미연합사에 넘겨주기로 했다니 한 마디로 자주안보의 추세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동아일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의 조직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아직도 주한 유엔군사령관에게 맡겨져 있는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빨리 되찾아오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1995년 2월 14일자), “국군에 대한 평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계기로 유사시 작전통제권도 되찾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1992년 10월 11일)고 촉구했다.

우리의 국방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미 10여 년 전에 빨리 되찾아 왔어야 할 전작권을 이제 와서 시기상조라고 한다면, 언제가 그 시기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권 환수를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과 결부해 해석하는 반대론자들에게는 1995년 12월 28일자 조선일보를 권한다.

“전시 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적인 문제로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군에 환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도 이를 빌미 삼아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추진하면서 대남비방을 해 왔다. 한 예비역 장성은 '작전통제권 환수는 반미감정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우리가 이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은 잘못”이라며 “미군이 없어도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준비에 조속히 착수, 전시 작전통제권을 되찾아와아 한다'고 말했다.”

기사 속 그 예비역 장성이 다시 한 번 같은 얘기를 지금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선일보, 안보의식의 전환까지 강조"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은 특히 현대전의 핵심인 공군과 해군력에서 크게 뒤진다. 북한 전투기 대부분이 1950년대 구식이고 기름과 부품이 없어 비행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실정이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북한의 군사력이 한국에 실제론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국방부는 대략 2010년을 전후 우리 군의 전쟁억제능력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조선일보 1990년 2월 17일자는 의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작전통제권 이양에 앞서 우리는 인식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중과부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세한 병력으로 적군을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 계단의 입적을 차내버린 강감찬 장군과 같은 지략과 능력이 있으면 전시라 해도 굳이 미군 측에 작전통제권을 의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을 두려워하는 한 그런 버릇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안보에 관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작전권 문제는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2만여 평방km의 이스라엘이 중진국 수준의 부를 유지하면서도 주변 아랍국들을 견제하며 생존하는 슬기를 참고로 할 만 하다.”

15년이 흐른 지금 정작 조선일보의 인식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1992년 10월 10일자 사설에서 차원높은 국방력 강화 계획을 새로운 발상에서 강구해야 하고, 방위력 개발도 질적인 고도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는 2020년까지의 장기비전을 담은 ‘국방개혁202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은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병력 위주에서 정보과 지식 중심의 첨단과학군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과연 10여 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길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과거 자신들의 주장과 싸우는 것일까?

자료 = 대한민국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