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집권 열린 우리당이 최악의 참패를 기록함으로써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거의 끝났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여당은 선거기간 내내 지방선거와 중앙정치분리론을 주장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부패한 지방권력 심판론'을 내세우려 했지만 선거결과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중간평가론'을 주장한 야당에 많은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제 1년 반정도의 집권기간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노무현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정부를 '잘한 것이 하나도 없는 정부'로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느냐는 차치하고 지방분권을 비롯하여 다방면에 걸쳐 권력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되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분산이 가져올 수 있는 비능률·비효율을 거론하며 오히려 '대수도권' 건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태로 수도권이 비대화된다고 할 때 거기에서 초래될 비능률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방균형발전은 오히려 수도권의 장래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분산은 꼭 수도권과 지역간의 균형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하게는 국가기관간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특히 기존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권력기관의 힘을 재배치함으로써 권력의 집중에서 비롯되는 부정부패와 인권억압을 해소하는데 큰 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부터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진리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커다란 권력을 지녀온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의 비리가 그 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정원 개혁을 시급한 것으로 인식하고, 공소권의 이원화가 바람직한가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공수처'신설과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재조정에 부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최후의 '양심적 보루'라는 사법부의 중견 판사들마저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고 있어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명색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고법부장판사가 브로커로부터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받았는가 하면 어느 지법의 판사는 아파트를 헐값에 제공받았다고 하니, 이러고서 어떻게 공정한 재판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인가. 하기야 옛날부터 재판(裁判)을 재판(財判)으로 여기고 사법부의 판결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으니 최근의 사건들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권위주의정권은 물론이고,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도 이른바 '권력형 비리'를 수없이 목격하여 왔고, 특히 그 가운데에는 대통령의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의 비리까지 있어 우리를 실망시켜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노무현 정권의 경우 아직까지는 가장 깨끗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해 가장 크게 노력해온 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법부와 국가권력기관의 비리는 노무현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이미지를 수포로 돌아가게 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고 하겠다. 대개 어느 정권이든지 임기말이 가까워오면서는 이른바 '네임덕'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지 못하면 후일 혹독한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된다.

아무쪼록 필자는 후일 노무현 정권이 역대 정부 가운데 그래도 가장 깨끗한 정부였다는 자랑스런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임기말 권력기관의 공직기강을 다시 한번 다잡아가기를 바란다.

글=오수열<조선대 교수. 한국동북아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