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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하여 걸어서 저 하늘까지’라는 노랫말이 있다. 하늘까지 걸어갈 순 없지만 간절한 소망의 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걷는 것이 삶의 버킷리스트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국내에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 전국 해안선을 따라 걷는 동․서․남파랑길 등이 있어 누구든지 걸으면서 뿌듯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물론 동네 주변 산책코스가 가장 좋은 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왜 걷고자 할까? 철학자 칸트는 매일 산책을 나가는데, 칸트가 지나가면 시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그곳을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걷는 게 좋은 것일까? 일단 걷기 시작하면 우리 뇌가 운동을 감지,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이 호르몬은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효능이 있기에 걷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걷기운동은 심장병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칼슘을 먹어도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칼슘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혈액순환, 당뇨병과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도 좋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우울증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논문도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명제가 됐다. 그러려면 정신과 육체 건강이 중요하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자신의 체력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가 최고다. 히포크라테스도 ‘걷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주일에 20시간 정도 걷는 사람은 뇌졸중 발생확률이 걷지 않는 사람보다 40% 낮고,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은 50% 가까이 낮아진다고 한다.

걷기운동에도 몇 가지 준비와 원칙이 있다. 첫째 신발과 복장이다. 신발은 자기체중의 1% 정도 무게가 좋다고 한다. 70㎏의 남성이라면 700g 정도의 운동화가 좋다는 것이다. 몸의 하중을 잘 받아줘야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장은 통기성이 우수한 면 소재가 좋다. 걸치기 편한 옷이 걷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속칭 트레이닝복이면 족할 것이다.

둘째, 걷는 요령이다. 어떤 속도가 좋을까?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처음엔 느린 속도로 걸어야 한다. 점점 속도를 높여 걷되 옆사람과 이야기할 때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걷기 자세다. 공원에 보면 그림이 그려진 곳도 있는데, 시선은 15m 앞을 보면서 걷되 발을 내딛는 요령이 중요하다. 땅에 디딜 때 발뒤꿈치부터 떨어지게 하고 다음은 발바깥쪽, 새끼발가락 그리고 엄지발가락 순으로 무게중심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걷기운동을 통해 뱃살을 빼고 싶다면, 배 근육을 당기고 걸어야 한다. 즉 배에 힘을 주고 걸어야 효과가 크다고 한다.

식사 후 2시간 이내에는 무리하게 걷지 않아야 한다. 위장에 피가 몰려있는 시간이기에 소화불량이 될 우려가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흐린 날 아침 도로 주변에서는 피하는 게 좋다. 호흡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걷는다면 뒷짐을 지고 걷기를 권장한다. 허리가 똑바로 펴지는 효과가 있다. 의자에 앉아 일하는 분들에겐 꼭 필요하다.

가끔 일정 구간에선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게 유의미하다. 심장에 적당한 압박을 주면서 땀을 흘리는 게 필요하다. 다만 모든 운동은 자신의 체력에 맞춰야 한다. 집 밖으로 나와 내 발로, 내 의지로 걷는다는 것. 이 과정에서 상쾌한 공기, 생기 넘치는 자연을 대하게 되면 자신의 호흡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번아웃된 심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지금 걷기 시작하면 벚꽃터널을 지나서 녹음이 짙어가는 시간을 지나, 낙엽이 지고 눈발이 날리는 그 길, 가다 보면 하늘길도 열릴 것이다.

/윤승증 [향토문화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