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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수의 사랑〉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995년 발표한 첫 작품이다. 작가는 여수의 아름다움과 삶의 외로움, 존재의 상실과 방황을 여수를 배경으로 풀어냈다. 오늘의 한강 작가를 있게 한 중요한 궤적이다.

그 여수가 위기에 놓였다. 1998년 3려 통합 당시 33만 명이던 인구가 올 9월말 현재 27만 명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는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여수도 그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전망은 암울하다. 현재 약 5200만 명인 인구는 2072년 36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감소의 대부분이 여수 같은 지방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평균 출산율 2.25명보다 훨씬 낮다. 고령 인구 구성비는 현재 19.2%에서 47.9%로 증가할 것이다. 지방은 고령 인구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7년 동안 중앙정부가 280조 원을 저출생 대책에 투자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전남도는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해상풍력 산업 육성,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출생기본수당 지급, 전남형 만원주택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지역이 살아야 한다. 수도권 중심 일극 체제와 중앙정부의 권한 집중으로 인해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국가 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별 맞춤형 ‘특별자치도’ 지정과 자치권 강화, 세제 특례 부여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핵심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민간과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 지역 경제를 부흥시켰다.

강원특별자치도는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이양받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농촌촉진지구와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농·산지 규제를 완화하며 미래 산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남도가 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면 농수산업, 에너지, 관광 등 지역특성 살린 맞춤형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라남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논의 중이다. 특별법에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 농·산지 전용 일부 일괄처리, 저출생 대응정책 관련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권한, 농촌 활력촉진지구 지정 등 전라남도의 발전과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남도는 특별법 통과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 전남의 경제 자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가 전라남특별자치도 지정이기 때문이다.

전라남특별자치도 지정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지역민에 희망을 주고, 전남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발판이다.

지방이 소멸하면 제2, 제3의 한강 작가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지방에 힘을 실어주면, 그 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전라남특별자치도 지정은 전남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곽춘섭 전남도 주거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