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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대 국회까지만 해도 여야가 툭하면 ‘방탄국회’를 소집해 동료 의원들을 보호하는 행위(?)가 반복됐고 재판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했으나, 17대 국회에서 방탄국회의 특혜를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

특히 3월은 국회의원들에게는 고통의 달이다. 최근 이정일 의원이 대구 지검에 의해 구속되는 등 선거법 위반과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은 17대 국회의원들이 수난을 격고 있다. 또한 최근 줄줄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 등‘시련의 3월’을 보내고 있다.

더욱 이 달은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이어서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회기중 불체포특권’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졌고, 검찰이 이 기간을 이용해 수사대상 의원들의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우 리고 있어서 해당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장 재직 중 철거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 온 한나라당 김충환(서울 강동갑) 의원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200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열린 우리당 김희선(서울 동대문갑) 의원은 비록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으나,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 돼 재판과 보강수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재판 절차가 상당히 진행돼 의원직 상실이‘초읽기’에 들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박혁규(경기광주) 의원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이장단 회의에 참석해 식대를 내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지난 22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유지가 어렵게 됐으며, 민주노동당 조승수(울산북구) 의원도 지난해 총선전 지역구내 음식물 자원화 시설 설치 반대 유인물에 서명한 혐의(사전선거운동)로 23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열린우리당 복기왕(충남 아산) 전 의원이 지난 10일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것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이상락 오시덕 전 의원, 한나라당 이덕모 전 의원 등 4명이 이미 여의도를 떠났다.

선거법 위반 등과는 무관하지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박세일 전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23일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처럼 비회기 중에 의원들이 강제 구인되거나 사전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17대 국회 들어 달라진 정치권 내부의 분위기, 정치권과 검찰의 관계 변화 등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결과는 16대 임기 말인 지난해 2월9일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의 석방 동의안 통과와 17대 임기 초인 지난해 6월29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거센 비난의 여론을 맞은바 있다.

국회가 결코 비리 국회의원들이 방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고 보면 국회의원들도 비리나 부정에서는 제외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