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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라는 글자가 늙을 노(老)자 밑에 아들 자(子)를 한 것은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자식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부모님을 즐겁게 등에 업고 다닌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효란 업고만 다니지는 못할지라도 부모의 은덕을 깨닫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마음과 몸을 본질적으로 즐겁게 해드리며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효는 어려서부터 몸에 베이게 가르쳐야 할 진리인데 요즘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알고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학교 교육에서는 도덕과 국민윤리라고 하는 과목이 있을 뿐 입시만을 위한 것이고 효의 근본정신과 실천면에서는 수박 겉 핥기와 같다. 분명히 그 책 속에도 효도에 대해 무엇인가 많이 쓰여져 있을 것인데 말이다.

요즘 결혼식장을 가보면 혼인서약을 하는데 그 서약에는 ‘어른을 공경하고’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어느 주례선생님이든지 주례사에서 꼭 효를 강조해 부탁하는 것을 보고들을 수가 있는데 효가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부터 더욱 깊이를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될 수 있다. 온갖 형식을 배우지 않고도 즉 정성만으로 부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것 이것이 孝인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5월 8일 어버이날에만 어버이의 가슴에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는 것만으로 효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낳은 것 중에서 사람이 가장 귀하고, 사람의 행실에 있어서는 효보다 큰 것은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효의 근본이라 하겠다.

국가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의 중요성은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논할 것도 없지마는 학생과 스승과의 관계는 사제의 관계인데 지식을 상품으로 하는 장사치와 고객의 관계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하니 한심스럽다.

먼저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든 뒤에 그 토대 위에서 기술을 습득케 해야 할텐데 우리의 현실은 어찌되어 있는가. 유치원에서부터 입시를 생각하는 경쟁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즉, 지식을 하나라도 더 얻어서 많은 점수로 남보다 앞서는 서열을 차지하는 것이 제일의 목적으로 대학입시까지 거듭되는 경쟁만 하고 인격을 함양하며 친교와 봉사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대학에 들어가 보면 기초 교양과목은 극히 형식에 그치고 무엇에 쫓기듯 전공교육으로 일변도니 학생들의 심성이 인간미란 찾기 어려운 딱딱한 인간이 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옛날에도 우리나라의 교육기관에서 효를 정식교육과목(正式敎育科目)으로 다루게 된 것은 신라(新羅) 신문왕 2년에 국학(國學)이 설립되면서부터 인데 국학은 30세까지의 학동(學童)들에게 효행을 필수 교과목으로 하여 가르쳤고 국학에는 3개의 과를 두고 있었는데 그 중 효경(孝經)은 공통 필수과목으로 되어있어 교육과정에서 효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었다.

그후 원성왕 2년에는 관리등용의 방법에서 독서출신과(讀書出身科)를 설치하여 3등급으로 나누어진 각 과에서 논어와 효경에 밝고 능통한 사람을 뽑는 한편 이를 3과 공통(共通) 필수과목으로 설정되었다 함이 기록에 남아 있다.

또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서기 372년) 6월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효행사상(孝行思想)을 담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등 효에 대한 불교경전이 들어옴으로써 불법(佛法)을 배우는 과정에서 효행의 방법과 효행사상을 널리 익혔다. 다른 학문은 모르는 것을 학술적(學術的)으로 알고자 함인데 비하여 이 효도교육은 효의 행함을 가르치는 학문이라 하겠다.

글= ⓒ 이정재 (전 교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