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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이기에는 중추절 만한 명절이 없다. 과거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못한 시절 중추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으례 찾는 곳 중의 하나가 극장이었다.

그래서 극장가는 구정과 추석 때면 충무로 용어로 ‘몸비’라고 하는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대목을 맞곤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몸비‘, ‘대목’이라는 용어도 이젠 생소해지는 시절이 되었지만 그래도 극장을 찾는 인구가 많았던 시절이 영화인들에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시기이었기에 지금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충무로 영화사들에겐 가장 기대되는 명절이기도 하다. 금년 중추절은 우리 영화 일색이다.

바로 이런 귀중한 시기에 우리 영화의 입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 그동안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로 가슴앓이 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고 싶다.

‘왕의 남자’로 1천300만 명을 훨씬 넘긴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 역시 코믹스타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박중훈이라는 걸죽한 스타가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로 한국영화계의 산 증인처럼 불리는 국민스타 안성기의 열연이 돋보여 영화는 속이 꽉 찬 중추절기 알밤으로 느껴지는 영화이다.

영화 속 퇴물 인기가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라디오 스타’는 왕년 가요계 톱스타의 고뇌 섞인 고집스러움과 이를 관리하는 매니저의 두리뭉실한 성격 탓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느긋하면서도 처절하리 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이끌어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앓이를 하게 한다.

소도시 라디오방송국을 배경으로 생방송을 통한 따뜻한 소시민들의 적나라한 삶의 진솔한 모습들이 공개되어 서민적인 자태 그대로 순수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색다른 방송 진행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의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게 하고 있다.

시골 라디오 음악방송이 전국방송으로 확산되어 다시 왕년 스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구원적 요소도 가미되는 즉 반전을 기대하는 설레임을 창출해내고 있기에 또 다른 이준익감독의 재치 있는 극적 구성을 찾아 볼 수 있다.

분명 두 주인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엮었지만 관객들은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마음처럼 하나가 된다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역시 ‘황산벌’, ‘왕의 남자’로 관객몰이에 대단한 힘을 과시했던 이준익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소박한 심정이 그대로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와 닿아 이번에도 심상치 않은 결과를 기대해 봄직 하다.

물론 이번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세대들에게는 그냥 잊혀질 수밖에 없는 한정된 부류의 이야기이지만 흘러간 인물에 비유하여 세월의 무상함도 대중가수의 생명력도 그리고 대중예술의 단명이라는 심각성에 대한 철학성까지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들려오는 영화이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필자 가슴이 쿵당거리며 요동치는 모습을 느껴 보기도 했다.

박형균-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