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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지방선거이후 계속되어온 현상이지만 10·25 재보궐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한껏 고무되고 있는 표정이다. 예상했던대로 열린우리당은 전패를 면치 못해 더 이상 기사회생의 가능성마저 찾을 수 없게 되었고, 광주·전남에서 거의 옛 영화를 회복해갈 것 같던 민주당도 기초단체장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역대 광주·전남지역 선거에서 3~4%대를 넘지 못하던 득표율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8%대에 근접함으로써 확실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주요 대선후보자들의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2위를 차지하면서 한나라당 당직자 및 지지자들의 얼굴에서는 이미 '집권은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란 자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가 무엇이고, 선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단한 착각이고 망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말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며,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상대방인 열린우리당이 너무나 못한데에서 빚어진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선거에도 이른바 하나의 '경향' 즉 흐름이 있다. 여기에서 선거전문가들은 특정 정당의 지지율 등락을 고찰할 때 그 흐름을 중시한다. 작년 이맘 때 까지만 해도 주요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고건 전 총리에 이어 2·3위에 그치고 있었다. 따라서 언제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한나라당은 단순히 상대방의 실착에 따른 반사이익적 지지율의 증가는 언제나 가변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보다 확실한 것은 설혹 그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감동시킴으로써 지지층을 두텁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한나라당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스스로를 더욱 낮추고 그들의 집권시에 피해를 주었던 사람들에 대해 더욱 깊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나라당내에서는 지난 권위주의시대에 권력기관이나 공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안하무인한 행태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그들에게서는 지금도 광주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짖게 배어 있고, 호남에 대한 멸시가 의연 중 묻어나온다. 요사이 김용갑의원의 섬뜩한 발언도 그 일환이라고 하겠다.

　그들은 집권이라는 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무서운 발톱을 감추고 포장된 미소를 보일 뿐, 일단 집권하고 나면 과거의 행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섬뜩함마저 우리에게 보여준다.

　독일과 일본이 똑같이 세계대전을 도발했지만 독일은 진정으로 인접국가들에게 사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제적 신망을 회복한 반면, 일본은 지금도 군국주의적 망상을 버리지 못한 채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데에서 '진정성'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가.

　모름지기 한나라당은 집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말고 그들의 지난날의 잘못을 더욱 반성하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그 결과로 집권의 월계관을 안으려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 수 열 /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