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시사풍자 개그가 뜨고 있다. 각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최근 입이라도 맞춘 듯 현실을 비틀어 꼬는 시사 풍자개그를 전진배치하거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풍자개그가 다시 전성시대를 맞을 조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풍자개그는 최근 북핵 위기, 부동산값 폭등, 참여정부의 정책 무능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여 있는 서민들의 답답함과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희망 제로’ 상태인 서민들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MTV ‘개그야’의 ‘미인본색’ 코너는 지난 13일과 20일 방송에서 연이어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기생 분장을 한 개그우먼 김세아·이경애는 “요즘 주둥이를 잘못 놀려서 큰 낭패를 보고 있는 나라님들이 있다고 한다”면서 “한양 집값 내린다고 신도시 발표해놓고 온 동네 집값 죄다 올려놨다”고 신도시 문제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비꼬았다.

K2TV ‘웃음 충전소’의 ‘대안제국’은 개그맨 김구라·장동민의 입담을 통해 정치·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회의 속에는 서민들의 고충을 어루만지는 현실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25일부터 방영하는 KBS1 TV ‘폭소클럽 2’는 사회 풍자를 통한 웃음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사회에서 이슈가 된 사건을 비꼬는 시사코미디 ‘대변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일반 뉴스를 재구성해 풍자하는 ‘뉴스 리모델링’ 등을 새롭게 편성했다.

1980년대 개그맨 김형곤의 대표적인 풍자코너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유행어의 반복구사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냈다면, 요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게 특징이다.

“김기사 여의도로 가” “사모님 여의도에 도착했습니다” “응, 그럼 다 집합시켜”. MBC TV ‘개그야’의 인기코너 ‘사모님’을 볼 때마다 시청자는 졸부 사모님이 ‘무대포’ 정신으로 상위층의 허위의식을 드러낼 때마다 웃느라 눈물까지 찍어낸다.

SBS TV '웃찻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뉴스’는 조직폭력배 희화화에서 최근 풍자 코드로 전략을 바꿔 인기를 끌고 있는 코너다.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라는 유행어 속 ‘남자’에 조롱과 비판의 대상을 삽입하면 그대로 풍자가 된다.

풍자는 권력자를 향해 웃음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쏟아내는 비판의 표현양식이다. 이처럼 풍자 코드가 만연한 방송가의 현상에 대해 SBS 라디오 시사프로 ‘뉴스N조이’를 진행 중인 시사평론가 김어준은 “대선 등 정치 시즌이 도래했고, 정치권 등 권력자에 대한 대중의 염증이 극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웃음과 풍자가 가장 잘 맞물리는 시점”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풍자 개그가 대중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기 위해서는 유행어를 기반으로 한 가벼운 말장난에서 보다 내밀하고 공격적인 방식을 통해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