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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호두는 음력 정월 보름에 밤에 땅콩과 함께 부럼으로 먹는 견과(堅果)로 오랜 기간 우리 민족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호두의 원산지는 페르시아 지방으로 추정되나 세계 각지에서 재배하여 친숙한 너츠. 잎이나 뿌리로 흡수한 영양분이 종자 내에 저축되어 비대 발달한 부분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너츠로 호두, 낙화생, 소나무열매 등이 있다.

호두의 일등 품질은 페르시아 호두로 껍질이 얇아서 잘 깨지며, 식용으로 이용하는 알맹이 부분도 많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거쳐 약 700년 전 고려 중엽 유청신(柳淸臣)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가지고 와서 고향인 천안에 처음으로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천안에는 호두가 많고 천안의 명물은 호두과자이다.

러시아에서는 호두나무를 막대기로 때릴수록 열매가 많이 달리고 맛도 좋다고 하여 이른 봄에 막대기로 나무를 두들기는 풍습이 있다. 그 때문에 ‘ 개와 호두나무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좋아진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속이 복잡하기 때문에 일이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흔히 '호두 속 같다'는 표현을 쓴다.

호두는 우수한 지방이 주종을 이루나 비타민B1? B2 · E 등이 풍부하다. 비타민E는 몸의 조직을 활발하게 해서 모발이 적어지거나 흰머리가 되는 것을 막아 준다. 호두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으로 몸에 쌓여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영양이 우수한 알카리성 식품이다.

명석한 두뇌에 필요한 비타민 B군과 레시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견과류를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학생,정신노동을 하는 가족의 식단에 올리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하루 필요한 5mg의 비타민 E , F는 호두 3 ~4개, 땅콩 열 개면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호두 기름의 약리효과는 기름에 함유된 혼합 지방산이 체중의 증가를 촉진시켜 혈청 알부민의 함유량을 높이지만 혈액의 콜레스테롤 량은 비교적 떨어진다. 호두는 강정제? 소화기 강화제? 불면증? 노이로제를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단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20～30g씩(한 웅큼씩) 일주일에 5번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 식사 전에 견과류를 적은 양 먹으면 식사량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끓는 물에 살짝 삶아서 말려 먹으면 칼로리를 반으로 줄일 수 있고 담백하게 간식으로 즐길 수 있다.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여걸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젊었을 때 뿐 아니라 나이 들어서까지 아름다운 피부를 자랑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페르사아만의 천연진주를 가루 내어 마셨다는 풍문이 전해지고 있으나 실은 호도를 으깨서 만든 호도낙을 먹었다.

호두가 ‘웰빙 식품’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을 넓혀나가는 고부가 과수 작물이다. 그대로 먹기도 하고 제사용 ·과자?안주 ·요리에도 이용하며 호두 기름은 식용 외에도 화장품이나 향료의 혼합물로서 활용한다.

호두는 껍질이 연한 황색으로 깨물어 보면 속이 꽉 차 있고, 표면에 울룩불룩한 곳이 많은 것일수록 대개 맛이 좋다. 껍질이 있는 채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2~3개월 장기 보관할 수 있지만 껍질을 벗긴 것은 지방성분이 변질되기 쉽다. 껍질이 있는 것도 다음해 4～5월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 갈아서 된장에 섞거나, 호도낙, 호두떡이나 호두무침 등 에 넣으면 고상한 풍미로 매우 맛있다.

한방에선 변비. 기침. 구리독의 해독 등에 쓰였다. 동의보감엔 "경맥(經脈)을 통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수염과 머리를 검게 하고 살찌게 하며 몸을 튼튼하게 한다. 성질이 열(熱)하므로 많이 먹어선 안된다. 너무 많이 먹으면 눈썹이 빠지고 몸을 뜨겁게 해 흔히 풍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적고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설사를 하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