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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도서관 앞 가파른 길을 오르자 차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숨쉬기를 멈추었다.

다시 자동차 열쇠를 돌려 보지만 턱턱 소리만 낼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망연자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 하는 수 없이 견인차를 불러 정비공장으로 갔다.

공장장은 내게 오더니 웃으며 “차를 이렇게 돌보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다시 소생시킬 방도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공장장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지난 10년 동안 나는 차에게 관심은커녕 찢겨져 상처가 있어도 그대로 부려먹기만 했지 정비라곤 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차는 나를 묵묵히 지켜주며 고락을 함께 해주었다.

주인 한번 잘못 만나 옆구리가 찢기고 하체가 부숴져도 자기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안간힘을 다했을 차에게 더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아쉬운 이별을 했다.

이런 나의 아픔이 지워져갈 무렵 <광주드림>에서 산의 밑둥이 파괴되어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화방산이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를 읽었다.

얼마 전 남구청이 감당도 하지 못할 사업을 벌인 김치센터 건립에다 이 지역 재벌인 송원학원이 광천동 부지를 매각해 화방산 일대 자연녹지로 산하 학교들이 들어서면서 벌어진 문제라고 한다.

본래 자연녹지를 지정한 목적은 녹지공간을 확보하여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존하자는 것이다.

목적이 이렇게 뚜렷한데도 도시계획 입안자들인 관청과 업자들은 개발을 위해 유보된 공간으로 보고 있다. 이는 관청이 주도하고 재벌이 이에 편승하는 몰염치의 산물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서라는 철저한 시장논리만을 앞세워 야금야금 산자락을 잘라내고 허무는 개발이야말로 도심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자동차야 다시 생산하면 되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한번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광주시는 녹색도시를 만들자며 1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 터에, 다른 한쪽에서는 소중한 자연환경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들이 지켜내자.

민판기 <금계시문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