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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우리영화계에서 연기자들의 나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 한계가 모호해졌다. ‘마파도’ 시리즈에서 그랬듯 오랜 세월동안 스크린에 선보였던 연기자들도 기존 충무로의 상식선을 넘어 자신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흥행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주 개봉된 ‘바람피기 좋은날’에서도 여성연기자들의 나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그래서 결혼을 하거나 세월이 흘러도 절대 나이는 그 어떤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흐름이 싱글즈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절이기도 하여 나이는 이젠 평가의 개념에서 사라졌다고 본다. 오직 개인 능력위주의 사회로 탈바꿈 된 것이다. 즉 연기, 연출, 기획력이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처럼 우리 영화계가 기획생산 시스템으로 일찍이 바뀌었다면 지금처럼 스크린쿼터축소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객관적으로 이 영화를 평하면 깔끔하고 세련되고 짜임새 있고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에 가장 정석적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그런 영화 장치들을 이용한 볼거리 즐길 거리 느낄 거리까지 3박자가 골고루 잘 버무려진, 입맛 땅기게 하는 비빔밥 같은 영화가 ‘바람피기 좋은날’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지난날 우리 영화계에 트로이카 전성시대라는 신종 어원을 창출해낸 문희, 윤정희, 남정임 시절만 해도 결혼을 하거나 여자로써 아름다움을 잃어가게 되는 30세가 넘어지면 영화계에서는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상식적인 그 시절이 있었다.

38세라는 여우(女優) 김혜수의 나이는 아킬레스건이 아닌 그냥 숫자일 뿐 스크린을 통해 넘쳐나는 그녀의 마성(魔性)은 ‘타짜’에 이어 충무로의 떠오르는 올드 불루-칩이다. 여기에 신성(新星) 25세 윤진서의 색감 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농염 짙은 내숭연기야 말로 또한 일품이다. 극중 감정몰입이 잘되는 운진서와 김혜수의 톡톡 튀는 노련함으로 인해 영화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영화로 생산되었다.

바로 두 여우로부터 연기를 뽑아낸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야말로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영화를 대박의 지름길로 끌고 가는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물론 1999년 ‘행복한 장의사’로 감독 데뷔한 전남 신안 출신 장문일 감독의 탄탄한 구성력의 결과물인 이 영화는 매우 튼실하다 못해 완벽하게 느껴지며 철저한 기획력과 구성력으로 탄탄하게 엮어낸 모호하고 몽환적이며 다분히 관음적으로 꾸며낸 영화이다.

또 리듬이나 구성력 그리고 영상미가 탁월하며 오버하지 않고 절제된 듯 보여지는 코믹이라는 양념까지 동반되어 마치 동면하던 원초적인 인간본능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속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이처럼 연기 연출 기획력이 함께 그 힘을 발휘하였기에 롱런은 예상이 된다.

깔끔한 코믹장르로 엮어진 ‘바람피기 좋은날’. 제목부터 심상치 않음도 간파할 수 있지 않는가! 지금부터 우리영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으면 한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