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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여유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진실한 만남으로 성숙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최선의 대안과 비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태양과 북풍이 길가는 사람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하는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북풍이 이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사람은 더욱더 외투 깃을 틀어잡고 단추를 단단히 잠그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은 외투자락 하나 흔들만한 힘이 없지만, 그 뜨거운 빛으로 외투를 저절로 벗겨지게 한다.

그런데도 실제로 우리의 현실을 보면, 태양보다도 북풍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거 같다. 우리는 강자에 의한 힘의 논리와 강제적인 무력에 의한 변화에 너무 젖어 있으며 눈에 보이는 이해타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이러한 어리석음은 사회적 비리와 부정부패, 그리고 거짓을 낳고 있으며 진실이 왜곡되고 정직이 무시되는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손이라도 주먹을 쥘 때는 북풍이 되고, 손바닥을 펼 때는 태양 빛이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논리학 책에는 주먹을 그려 놓았고, 수사학 책에는 손바닥을 그려 놓았다고 한다. 논리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복종해야 되는 힘이지만, 수사학은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어 자진해서 따라오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을 협박하거나 때릴 때에는 주먹을 쥔다. 그러나 달래거나 쓰다듬을 때에는 손바닥을 펴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먹이 힘세 보이고 남을 다스리기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힘없이 보이는 손바닥이 몇 백 배나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을 포용하는 현자의 자세가 그렇고 어린아이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이 그러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망국적인 우리 민족의 병 하나는 편당을 지어 자기편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들며, 우리 민족을 향해 두 가지 강령을 외쳤다. 그 첫째는 편당을 짓지 말고 협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거짓말하지 말고 서로 신뢰하라는 것이다. 특히, 도산 사상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정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약속에 정직한 것(신용), 둘째, 의리에 정직한 것(신의), 셋째, 돈에 정직한 것(청렴), 넷째, 규칙에 정직한 것(스포츠맨 쉽), 다섯째, 법에 정직한 것(준법정신), 여섯째, 자기 직분에 충실한 것(성실, 충실), 일곱째, 양심에 정직한 것(도덕), 위의 일곱 가지 정직을 지키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내심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즉, 이러한 인내와 끈기, 극기는 결과적으로 자연히 남을 이기게 되고 자신감이 생겨 신의, 성실 등으로 모든 생활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인내심은 우화의 태양처럼 숨어있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아주 작고 미약하나 흔들거리는 갈대는 강풍에 부러지는 곧은 나무와는 달리 부드러운 유함이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즉 현명한 사람은 상대방을 헐뜯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타당한 설득력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열중함으로써 미래를 설계한다. 이러한 기다림과 여유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진실한 만남으로 성숙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최선의 대안과 비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인내와 다스림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거짓 없는 신뢰와 정직으로 어렵고 힘든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놓여진 많은 교육 문제 해결 방법도 ‘기다림이 필요한 정직’,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