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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로 취임한 석유화학협회 대표가 “11년여에 걸친 유화업계의 담합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주요 수요업체의 수가 100여개에 이르고 유화업계의 경기 사이클이 7~8년이라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도 근거로 제시됐다.

석유화학협회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월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1년간 담합행위를 한 10개 합성수지 제조판매회사에 대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중 5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내로라는 재벌그룹에 속한 10개의 대기업이 공급자이고 7000여 중소 플라스틱 제조 기업이 수요자라면 담합이 어려운 것일까?

10개 합성수지 제조회사들이 1994년 4월부터 사장단회의를 통해 제품별 기준 판매가격을 합의하고 합의한 기준가격을 기초로 각 사별로 실제 판매가격을 결정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2005년경까지 유지한 사실이 관련 회의록, 각 회사별 내부문건 등 증거에 의해 명백히 밝혀졌다. 최초의 자진신고자 뿐 아니라 관련 회사 모두가 시인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석유화학협회 대표가 제시한 다른 근거들도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담합은 공급자는 적은데 수요자는 많은 과점시장에서 이루어지기 쉽다. 더구나 공급자들은 모두 대기업인데 반해 수요업체들은 모두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라면 담합은 더욱 쉬웠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이 담합을 어렵게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들이 담합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급적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많은 초과이윤을 얻자는 데 있기 때문이다. 유화업계의 경기 사이클 또한 담합 기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문제를 제기한 석유화학협회 대표는 이번 시정조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담합 여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정작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 회사들은 담합 사실에 대해 아무런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관련 업계에서의 지위에 합당한 책임있는 발언이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