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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가운데 80%가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20%는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한자 실력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이명학 학장은 지난주 이 대학 신입생 384명을 상대로 한자 능력을 시험해 본 결과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78명이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은혜 恩-생각할 思 “헷갈려”

신입생들은 1번 자신의 이름을 쓰면서 ‘은혜 은(恩)’을 ‘생각할 사(思)’로, ‘송나라 송(宋)’은 ‘글자 자(字)’로, ‘준걸 준(俊)’은 ‘뒤 후(後)’, ‘영화 영(榮)’은 ‘힘쓸 로(勞)’ 등으로 잘못 적었다. ‘빼어날 수(秀)’를 ‘뚫을 투(透)’로, ‘공훈 훈(勳)’을 ‘움직일 동(動)’자로 착각하여 쓴 신입생들도 있었다.

2번 질문에 어머니 이름을 쓰지 못하는 학생은 83%(317명), 아버지 이름을 못 쓴 학생도 77%(295명)나 됐다.

3번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한자로 직접 쓰는 부분에서 신입생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99%(379명)의 학생이 ‘강의(講義)’를 쓸 줄 몰랐고 시험을 본 학생 태반이 ‘백과사전(百科事典)’(98%, 376명), ‘경제(經濟)’(96%, 369명), ‘방학(放學)’(91%, 346명), ‘신입생(新入生)’(71%, 274명), ‘대학교(大學校)’(60%, 229명) 등 10문항 대부분을 틀렸다.

4번 제시된 5개 한자어의 음을 다는 문제도 마찬가지여서 ‘折衷(절충)’을 제대로 읽은 학생은 1%(3명)에 불과했으며 ‘抱負(포부)’는 7%(27명), ‘榮譽(영예)’는 4%(16명), ‘신앙(信仰)’은 12%(48명), ‘變速(변속)’은 15%(57명)에 불과했다.

이 학장은 “우리 공교육에서 한자교육이 정상화되지 않고 가정에서도 워낙 입시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각 대학이 영어와 국제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현실 파악 차원에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입시 위주 교육 부작용 심각”

한편 2004년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 1264명을 대상으로 한자어 기초실력을 평가한 결과, 전체 응시자의 60%가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기지 못했었다. 이들의 평균점수는 44.6점. 80점 이상은 197명(1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교양’ ‘논문’ ‘통일’ 등 기초적 단어를 한자로 쓰지 못했다. ‘學科(학과)’의 독음을 ‘학교’라 적거나 ‘문화(文化)’의 ‘화’를 ‘꽃 화(花)’로 쓴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