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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을 가장 먼저 맞는다는 머위의 한명은 관동(款冬)으로 시골집 담장 밑이나 사찰에 흔히 볼 수 있다. 얼음을 가르고 잔설을 뚫고 나오는 생명초라 하여 ‘ 겨울을 금강석처럼, 송곳처럼 뚫는다’는 뜻으로 ‘ 찬동’, ‘겨울을 두드려 깨고 나오는 꽃‘이라 하여 ’ 관동화‘ 머위, 머구 등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달리 불려진다. 4월부터 1년에 2~ 3회 수확할 수 있는데 줄기와 잎을 식용 또는 약으로 쓴다.

풀 전체에서 향이 나는 방향성 식물로 잎에는 비타민 A를 비롯해서 비타민이 고루 함유되어 있고 칼슘이 많으나 줄기에는 적다. 영양면 보다는 향채(香菜)로서의 성격이 더 큰 알카리성 식품으로 유럽에서는 항암치료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파릇하고 연한 머위의 새순을 먹으면 일년 내내 큰병 없이 지낼 수 있다했고 예로부터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남성에게 많이 먹게 하였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식욕촉진 효과가 있으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잎은 녹색이 짙고 싱싱한 것이, 줄기는 뿌리를 잡았을 때 팽팽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연한 머위잎을 양념간장에 무친 겉절이는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깨우고, 살짝 데쳐 떫은맛을 충분히 우려내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쌉싸름 개운한 맛이 일미이다. 삶은 머위줄기에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도 맛있다.

삶아 껍질을 벗긴 머위 대에 보리새우를 넣고 볶다가 들깨 즙을 넣은 머위 대 들깨 즙 나물은 맛과 영양이 균형이 잡힌 음식이다. 졸일 때 잔멸치를 넣으면 더욱 맛이 좋다. 머위줄기에 두부와 통깨를 넣고 두부가 으깨지게 무치면서 간을 맞춘 다음 참기름을 쳐도 별미이다.

머위 잎은 녹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그냥 먹기에는 맛이 강하므로 설탕이나 꿀로 감미 하고 물을 타서 먹는다. 머위는 쉽게 갈색으로 변하는데 클로로겐산과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꽃봉오리는 튀김으로 먹으면 맛도 영양도 좋고 꽃봉오리가 달린 꽃대를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끓여 먹어도 일미이다. 꽃줄기를 꺾어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려 가루로 만들어 입맛이 없을 때 깨소금과 섞어 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머위 꽃의 꽃자루나 꽃대를 달여 마시든가 된장에 섞어 끓여 먹으면 해열,

가래 빼는데 기침에 잘 듣는다. 특히 임신 중의 기침에 효과가 있다. 머위는 꽃이 절반쯤 핀 것이 약재로 쓰기에 가장 좋다. 꽃이 활짝 피어버리면 약효가 전혀 없다.

머위 잎에 들어 있는 헥사날 이라는 성분에는 강한 항균작용이 있다. 등 푸른 생선이나 조개요리를 할 때는 연한 머위 잎을 함께 넣으면 어패류로부터 생길 수 있는 식중독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머위 잎은 생선이나 조개가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넣고 향이 느껴질 쯤 이면 불에서 내려 곧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달인 즙을 마시면 생선 식중독이나 체기로 인한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도 머위를 식재료로 쓰는데 광동에서는 게 요리를 할 때 마무리를 머위의 쓴맛으로 한다.

머위를 민간에서는 종창, 기침, 가래, 식욕촉진의 약으로 썼다. 머위잎을 씻어 소금에 버무리면 즙이 나오는데 그 즙을 소주잔으로 한 잔정도 마시면 갑작스런 현기증에 효과를 낸다. 생선중독에는 머위를 짠 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고 벌레에 물렸을 때에는 머위 즙을 바르면 효과가 크다. 기관지천식에도 머위를 반찬으로 조리해서 꾸준히 먹으면 병의 증세가 가라앉고 체질도 개선된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 더니 우리 주변에 흔한 식물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보면 많은 약효가 있다. 작은 풀 하나에도 우주가 있고 생명의 신비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