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지난3일 국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9%로 올리고 급여수준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정부안을 부결시키는 작태를 벌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보험료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급여수준을 40%로 낮추는 방식의 수정안을 공동 제출했으나 이 역시 부결됐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정당·정파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개혁법안이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무책임한 극치다.

전문가들도 이번 부결 사태를, "정치인들의 이해득실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거꾸로 더 늘게 됐다" 며 비난하고 나섰다.

만약 국민연금이 개정 없이 현행대로 진행된다면, 2036년 첫 적자에 이어 2047년에는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당장 하루에만 800억 원의 잠재 부채가 쌓여가게 됐다.

이번 부결의 뒤를 살펴보면 정부안을 주도해온 열린우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통합신당모임 등 탈당파의 무더기 기권이 한심스럽다.

더 가관은 제1당인 한나라당이다.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상정된 정부안을 무시하고 뒤늦게 수정안을 제출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게다가 수정안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데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는 무모함까지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회는 65세 이상 노인 60%에 대해 평균 소득액의 5%를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시켰다. 각 당이 노인표를 의식해 부수 법안에만 매달리고, 정치적 부담이 가는 개혁법안은 외면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국민연금 개혁은 절박한 국가적 과제다. 이대로 가면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그래서 미래 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고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것인데, 오히려 국민 세금 부담만 늘어난 결과가 됐다.

정치권이 눈 먼 탓이다. 국민연금이 시한폭탄이지만 바로 이번 안을 부결시킨 정치인들이 시한폭탄이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나무만 보지말고 숲도 볼 수 있는 기량을 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