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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다. 또한 이 문화가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브랜드가 될 수 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와 전혀 다른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생활습관, 언어, 의식주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이런 생활모습의 차이는 정신적인 차이로 이어진다. 각 나라마다 다른 영화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 영화의 소재로 다룬 판소리문학이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를 비롯해 한(恨)의 정서가 담긴 옛 소리문화를 판소리 영상으로 미화시켰다.

우리 영화계에 맺힌 한을 달래듯 본인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통해 우리의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 영화인들에게는 잔인한 계절로 통하는 관객이 없는 4월에 개봉을 선택했다. 작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욕심이 반영돼 있다.

상영관에서 이 영화의 예술성을 인정해 나머지 개봉타임을 배려했다고는 볼 수 없다. 관객들의 발길이 뜸한 철인만큼 마지못해 개봉을 허락한 극장 주들이 많을 거라는 우려가 앞선다.

물론 이 영화가 예술성에 치우쳐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창(唱)을 전공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영화지 젊은 사람들에겐 가혹한 영화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대가다운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누가 감히 이런 영화를 또 만들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남기는 영화다.

임권택 감독은 우리 한국영화계의 버팀목이자 거목이다.

감독 본인의 의지가 가득 담긴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를 100번째 영화라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101번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겸손한 노대가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그는 우리 것을 널리 알리고 또 우리 안에서 또 다른 무엇가를 찾아 내고자한다. 임권택 감독의 환상적인 열정에 이 영화를 대하는 내내 호흡을 골라야 했다.

지금은 잔인한 4월이고 한미FTA 협상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우리영화계 자존심을 지켜줬던 스크린쿼터가 외면 당해 영화인들의 사기가 몹시 저하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 영화의 보호막이었던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시장경제 논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우리영화의 미래는 모호할 뿐이다.

또한 노대가들의 영화는 더욱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기에 이번 영화를 두고두고 곱씹어서라도 눈과 가슴속에 깊이 새겨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랑과 소리가 한데 버무려져 만들어진 恨이 ‘서편제’에서 다시 ‘천년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한을 쫓는 영화인이기를 거부하고 싶다.

박형균<영화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