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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전해내려 온 우리말에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전주에서는 국제영화제가 펼쳐졌다. 그 막이 내려지는 것을 보며 필자는 배가 아프다 못해 중증 환자처럼 두통까지 호소한다. 정기적으로 매년 이때쯤이면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워 혹 생명이 단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동안 전주에서 펼쳐졌던 국제영화제는 시작 첫해부터 줄곧 좋은 영화제로 평판이 나 있다. 또한 평소 잘 알고 지낸 영화계 인사들도 이 영화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필자의 마음은 더욱 아프다 못해 시기와 질투심으로 가득해졌다.

물론 민간 주도로 시작됐던 우리지역 국제영화제와는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그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를 비교해 보면 규모면에서 차별화 될 뿐 지역 영상인프라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부산과 전주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전주와 부산의 국제영화제가 성공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 관청에서 영화제 뿐 만 아니라 영상에 관련된 모든 행정적· 재정적 업무들을 직접 챙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의 50% 이상이 전주를 중심으로, 그리고 30% 이상이 부산 주변에서 제작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전주는 부산 못지 않게 전북지역 경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필자가 그동안 영화관련 칼럼을 통해 영화제를 거론할 때마다 관청의 막중한 임무를 운운하며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관료들께 수 차례 요구한 바 있다. 바로 정답은 민·관이 하나가 되어 영상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한승룡감독의 ‘오프로드’는 전북에서 적극 지원한 작품. 그 영화 속에는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까메오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기도 했다.

現 전북도지사인 김완주씨는 관객들에겐 친근감 있는 이웃집 아저씨 정도의 보조출연자로 보이겠지만 그동안 전주영화제를 찾았던 많은 영화 매니아들과 필자에겐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전주시 고사동 일대 영화의 거리에서 행사 때마다 밤늦은 시간까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과거 전주시장의 모습은 당연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민과 관이 하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만큼 관청의 애정 어린 관심은 전주와 전북의 영상인프라를 크게 성장시켜 세계 속 영상도시로 변모하게 했다. 또한 지역경제가 할리우드처럼 크게 뒤바뀌고 있는 것도 주지해야 한다.

필자가 맡고 있는 지역 영상위원회를 비롯해 시들어버린 광주국제영화제도 민의 힘이 약하면 관의 힘과 하나가 되어 빛고을로써 영상도시로 키워내야만 한다.

또한 우리지역에서도 영상물이 불꽃처럼 일어나야 한다. 이는 곧 선진국가로 가는 좌표로 볼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를 미국이 철저하게 축소시키려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즉 영상문화산업이 국가의 생명산업임을 모두가 알아두어야만 한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