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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의 등장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기존의 언론들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게된다. 정확하고 빠른 보도와 함께 어떻게 하면 보다 깊이 있는 심층 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매체의 권위와 영향력을 지켜갈 것인지가 그 고민의 요체일 것이다.

▶“출입처 의존 취재관행서 벗어나자”…꾸준히 나온 언론계의 자성

그래서 언론사마다 기획팀을 만들어 취재영역을 넓히고 탐사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언론사 내부에서도 출입처에 기댄 취재관행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정부 조치는 기자들의 정부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에서부터 나온 것이지만,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출입처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이다. 도대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그 동안 언론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방향과 무엇이 다를까.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정부 부처마다 산재해 있는 37곳의 기자실을 29개의 브리핑룸으로 옮겨 기존의 브리핑제도를 보다 내실화하고, 기사 송고실 서비스와 전자대변인 격인 전자브리핑제도를 통해 취재지원 서비스를 보다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언론의 유착 가능성을 시스템으로 막고 건전한 긴장관계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조치 이후에도 언론들의 오해와 달리 사무실 무단출입은 제한되지만 지금처럼 각 부처의 정책홍보실의 도움을 받아 정책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취재는 물론 필요할 경우 절차에 따라 대면인터뷰도 가능하게 된다. 사무실 출입 제한으로 정보공개가 위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 유독 한국 언론만 특권적 편의를 요구하는지…

그러나 언론들은 ‘언론자유 침해’ 운운하며 고루한 비난을 하고 있다. 정부 부처별 기자실 존폐 여부와 언론자유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왜 유독 한국의 언론만이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권적 편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와 달리 제한적으로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지난해 언론자유 순위는 각각 53위, 40위였다. 우리와 흡사한 기자실 관행이 있는 일본은 51위였다. RSF는 일본의 경우 폐쇄적인 기자실 때문에 언론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며 기자실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자실이 언론자유의 신장에 걸림돌이 됐으면 됐지 결코 권장할 만한 제도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한국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6.10항쟁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한국사회 변화를 한 번 돌아보자. 과연 언론이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제 한국의 언론도 구시대적 특권의식과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혁할 때다. 어떠한 집단도 시대의 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대 정신에 조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변화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자가 있어야 할 현장은 ‘기자실’이 아니다

기자의 특권은 깨어있는 정신으로 역사와 삶의 현장을 지키는 데 있다. 기자의 진정한 현장이 과연 어디인지 되돌아 볼 일이다. 결코 기자실에 앉아서 마치 상품 생산하듯 기사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다.

별 전문성 없이 정부의 주요부처에 출입하며 ‘oo신문사, oo방송사’라는 구시대적 위세를 등에 업고 공무원을 윽박지르듯 취재하는 시스템은 언론과 정부 모두가 거부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주창하려면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언론 스스로의 변화 노력을 거부한 채 ‘국민의 알권리’를 참칭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추구하는 공익적 기관임과 동시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도 한다. 언론사 경영진은 좋은 취재에 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흔쾌히 지불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도 많은 수고를 감수하고 만든 제도

정부도 더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전자브리핑시스템(전자대변인제도)’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선진적인 제도이다. 브리핑 내용은 물론 기자들의 보충취재를 위해 질의-응답 코너를 운영한다. 정부로서는 많은 수고를 감수한 제도이다.

이번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정부가 더 이상 몇몇 언론사와의 인적 거래를 통해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국민의 알권리을 충족하기 위해선 정부와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수적이다. 또 이것이 국민과 정부, 언론이 모두 윈윈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