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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봉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화제다. 비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나라 극장가를 독차지하려는 블록버스터 작품들과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첨예한 문제로 장관시절 영화인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기에 더욱 이 영화는 외화들과의 경쟁에서 꼭 살아남아야만 하는 구원(救援)적 요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구원이라는 단어가 ‘밀양’에서는 절실하지만 민초들은 다른 나라 일 인양 아이러니한 영화계의 현상에 그저 관망만 할 뿐이다.

5월 16일부터 ‘칸’은 영화제기간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계 유명인사들이 찾아가고 다양한 작품들이 경합을 벌이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영화관계자들 또한 전도연씨의 수상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를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의 역량 또한 높이 살만하다.

영화의 전반부는 현실과 타협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진솔한 모습들을 흔들리는 화면으로 전개된다. 이 화면은 관객들의 마음에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도구로 쓰여졌다.

중반부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도 부족해 자식까지 떠나 보낸 그래서 가슴에 자식과 남편을 함께 묻고 사는 처절한 여주인공의 슬픔을 치유해 주는 도구로 교회와 약국이 설정된다. 잠시 전지전능하신 그분의 모습을 발견하게된 여주인공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따라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해 주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다시 시험에 들게 하고 만다.

약국은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에덴동산이 되어버리고 교회는 전능하신 그분의 도구일 뿐 이때부터 영화는 세상사 대 명제인 구원을 절대 필요로 하게 된다.

이후 종교 색을 강하게 띄우게 되지만 결론은 관객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함께 감독의 주관적인 입장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즉 종교에 대한 귀의와 배신감이 영화를 더욱 무겁게 끌고 가는 모티브가 되지만 라스트 컷에서는 윤회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잘라버린 여주인공의 머리카락들이 흩날리자 카메라는 머리카락을 따라 마당 한 켠의 흙이 있는 땅으로 시선을 고정시켜버린다. 인간은 죽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되고 다시 흙에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아낸다.

삶이란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힘든 것이기에 그 누구의 구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구원을 받기 위해서 또 다른 구원을 찾는 것. 구원이라는 단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화두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외치며 행동하고 실천하면 세상사 어렵고 그 어떤 힘든 일도 무난히 넘기며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칸의 폐막일인 27일 일요일은 ‘밀양’과 여우 전도연양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구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