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광주광역시 북구의 살림살이는 주민들이 직접 챙긴다.

필요한 시설은 확충을 제안하고, 구청이 계획했지만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미루자고 요청한다.

주민들의 대표들이 모인 ‘예산참여지역회의’와 ‘예산참여시민위원회’가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주민들도 온라인을 통해 상시적인 의견을 낼 수 있다.

바로 ‘주민참여예산제도’다. 말 그대로 자치단체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시민통제를 통해 지방예산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2005년 8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기틀이 마련됐고, 광주 북구 외에 대전 중구, 대덕구, 울산 동구 등 14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주민소송제와 주민소환제가 주민 참여를 위한 사후적 장치라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사전적 도구다.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사전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광주 북구는 2003년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도 예산안에는 70건의 주민의견이 반영됐다. 제도가 도입된 2004년도부터 합하면 반영건수는 총 264건에 달한다.

실제 2007년도 예산편성 과정을 들여다보자. 2006년 9월 구청은 주민들에게 전년도 결산과 2007년 예산편성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월 중순 구청은 예산참여시민위원회와 함께 예산정책 분야별 토론을 하고, 의견 수렴을 했다. 예산안은 이를 바탕으로 재편집됐다.

곧이어 구청장 등 공무원(6명)과 예산참여시민위원회(6명)가 참여하는 ‘예산참여 민관협의회’를 열고, 조정·심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구청과 주민들의 의견이 조정된 안을 구청장이 결재하고, 11월 구의회는 심의를 시작했다. 12월 주민들은 2007년도 예산에 의견이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참여 주민들의 전문성 부족, 의회 예산심의권 침해 소지, 공무원들의 업무가중에 따른 불만 등 우려를 낳기도 했다. 북구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예산학교를 열고, 전문강사와 관련 공무원을 초빙해 예산 관련 교육을 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선 온라인 토론공간을 만들고, 예산요구서와 예산안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 책자로 발간했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편성이 왜곡되지 않도록 예산참여시민위원회 구성에도 유의했다. 공무원들 역시 마인드 전환 교육을 실시해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구의회의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 침해 소지를 막기 위해서는 조례에 이를 명문화했다. 또 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심의권의 문제가 아닌 구청장의 예산편성권 범위내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광주 북구청 기획감사실 이승래씨는 “공무원은 예산이 낱낱이 공개되고 업무가 많아져 부담이 커졌지만 투명성, 책임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며 “주민들은 구청 재정운영의 애로사항을 이해하게 돼 공무원과 주민들의 벽을 허무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는 안착돼가지만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여전히 북구청의 과제다. 2007년 2월경에는 구청홈페이지 외에 별도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어린이부터 주부, 장애인 등까지 누구나 쉽게 토론할 수 있고, 예산결정 과정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겠다는 북구청의 계획이 한단계 더 발전된 성과를 만들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