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행정자치부가 인사쇄신을 통해 재교육 대상 직원을 선정하고, 교육결과에 따라 퇴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자부는 퇴출보다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사쇄신 과정에서 이미 대상자 가운데 1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양식 행정자치부 1차관은 12일 ‘행정자치부 인사쇄신’ 방안을 공개하고, 재교육 대상자 10명, 심리상담 대상자 9명, 복무쇄신 30여명, 재배치 10명 등 인사쇄신대상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재교육과 심리상담 대상자 19명은 오는 18일부터 3개월간 지방혁신인력개발원에서 △변화적응 △생산성 향상 △공동체 훈련 등을 받고, 교육평가보고서와 자기변화보고서를 통해 재평가한다.

최 차관은 “업무공동체에서 순응·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육과 보완의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도 퇴출자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정하지 않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최 차관은 “퇴출목적이 아니라 행자부의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법령이 정한 합리적 절차를 준수하고, 성과관리·다면평가·역량교육 등 혁신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인사쇄신은 앞으로도 상시로 이뤄지며, 정부혁신 주무부처로서 각급기관에 합리적인 인사쇄신의 실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어떻게 선정했나

지난 4월부터 행자부 제1차관, 직장협의회 대표, 본부장 각각 1명, 기타 4명으로 구성된 인사쇄신심의위원회가 기준과 원칙, 대상자를 심의했다.

직무 적응성과 적합성 분야는 △근무평정 최하위 등 및 다면평가 최하위 2% △정책평가와 감사에서 연속 2회, 총 3회 이상 지적 누적자 △부처간 정책협조 부실·갈등으로 국가의 재정손실과 정책혼선을 초래한 자를 심의 대상으로 삼았다.

직무성실성과 태도 분야는 △무단결근, 무단외출 등 반복적인 복무규정 위반자 △민원 불친절, 처리지연 등 빈번하게 대민관계 물의 야기자 △상관·동료에 대한 폭언·폭행 등으로 조직의 화합을 저해하고, 동료로부터 근무기피 대상자 등을 골라냈다.

공직 품위·청렴성 분야는 △음주운전, 폭행사건 등으로 공직 품위를 현격히 손상한 자 △직무관련 보안자료 유출, 부당 이권개입 등 행동강령 위반자 △비위관련 또는 사생활 문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공직 전념이 곤란한 자 등을 가렸다.

그 결과 최근 2년 동안 업무실적과 다면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직무성실성과 태도 문제로 물의를 불러온 10명을 재교육 대상자로, 직무 스트레스와, 심신장애 등 각종 이유로 조직에 부적응하는 9명을 심리상담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밖에도 상시적인 인사쇄신을 통해 10명을 재배치하고, 외부 강의가 잦거나 겸직이 많아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 30명에게 복무에 유의할 것을 경고했다.

◆ 지자체 퇴출과 무엇이 다른가

행자부의 인사쇄신은 그동안 누적된 업무평가를 토대로 조직의 변화적응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공무원 퇴출제’와 성격이 다르다.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공무원 퇴출제’는 무사안일, 불성실 타파 등 경고의 의미와 함께, 부서별로 2~5% 인원을 할당하고, 부서장이 결정하거나 설문조사 방법을 도입하는 등 충격요법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인사쇄신은 정부혁신으로 도입한 성과관리, 고객관리, 혁신관리 시스템에 근거해 사실 확인과 본인소명 절차를 거쳤다. 조직의 변화적응 역량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둬 부서별 강제 할당도 없었다.

선정자에 대한 후속조치도 차이를 보인다. 일부 지자체는 시설물 점검이나 봉사활동 등 현장업무에 배치하고 집단적으로 관리해 반면교사로서의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행자부는 미흡한 분야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예컨대 기획보다 관리업무에 적합한 직원은 관리부서로 재배치하고, 재교육 대상자 19명은 변화관리, 문제해결, 비전제시, 합리적 사고 등 집중적인 쇄신 교육 프로그램을 받게 하는 식이다.

행자부는 이를 통해 퇴출보다는 조직의 업무역량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권익보호를 고려하면서 ‘생산적 직업공무원제’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