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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화려한 영화 한편을 만났다. 또한 우리 영화의 자존심과 16세기 시절 우리 선조들의 한의 정서도 느낄 수 있었다.

‘황진이’는 우리 영화가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 우리 정서를 우리 방식대로 펼쳐야 한다는 필자의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의식이 뚜렷한 영화다.

흔히 과거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당시의 생활 습관이나 방식대로 모든 일상을 그대로 재현시켜야만 한다는 교과서적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그래서 “세련되고 화려한 영화다”고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구한말 이전을 그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검증이라도 받아야 하듯 보이지 않는 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젠 많은 부분에서 그 틀이 깨지고 있는 추세다.

‘황진이’처럼 사극의 범주도 퓨전화되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안된다. 지나치게 퓨전을 외치다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안방극장에서 보여지는 고구려사를 조명한 ‘주몽’을 비롯한 ‘대조영’, ‘연개소문’ 등에 시청률을 예로 들어가며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픽션을 추구하는 안방극장의 드라마라 할지라도 역사적 사실만큼은 퓨전화 되지 않는 진실된 사례들도 방영되어야 과거와 현재가 모두 공존하게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이와는 달리 극장의 극영화는 픽션이 가미되고 설령 역사적 사실들이 왜곡되어 보여진다 해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

흥미본위로 안방극장을 대하는 사람들은 ‘대조영’과 ‘주몽’의 극적 구성에 훨씬 동감할 뿐 아니라 가슴 조이며 펼쳐지는 애틋한 사랑에 목말라하고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연개소문’은 그나마 역사에 가깝게 그려지고 있어 흥미본위보다 역사를 지켜보겠다는 감독의 굳은 의지가 잘 보여지고 있기에 옛날 것을 소중히 하려는 이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모두가 퓨전스타일로 바꾸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요즈음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영화가 살아 남는다. 영화는 시대를 리드해 나가는 산물이기 때문. 이런 부분이 해결될 때 영화의 생명이 길어진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영화 ‘황진이’에 보여지는 외적 형식인 대사나 색감 의상들을 보면 퓨전에 가깝고 내용을 보면 흔하게 이혼이 행하여지고 있는 이때 지고지순한 애틋한 사랑을 하는 내용으로 젊은 관객들에게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한 세상이라 하지만 영화의 흥행만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과연 ‘황진이’의 애틋한 사랑방정식이 요즈음 젊은이들의 사랑방정식과 코드가 맞을지 궁금하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