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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시라

독재와 민주주의/ 민중과 통일/ 그리고/해방

홀홀 떨쳐 버리고 /편안히 가시라

다 태우지 못한 들불 일랑

후인에게 맡기고

작은 둠병/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년꽃의 미소를

그대로 간작한 채 /잘 가시라

암울한 시대에 /제 몸을 태워/ 어둠 속을 밝히는 /촛불이었고

천 마디의 말 보다/ 피를 토하며, 외 쳤던

한마디의 외침 /시퍼런 칼달위를 /어금니 사려 물고

내 딛어온 걸음걸이

기억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손잡고 하나되는 날에 /큰불이 되어 /다시 살아나리니

그냥 믿고 /잘 가시라

타오르다/사그러져 버린

들불의 /영광이여/들불의 서러움이여

광주동부 경찰서 .시인 -안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