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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일과 서로 화합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용서와 화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떠한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굳은 의지와 용기로 스스로 일어서는 불굴의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의지와 용서가 없다면 이 어지러운 세파를 어떻게 헤치면서 살아갈 것인가.

사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온갖 힘든 가시밭길이 첩첩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약한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해진다면 단 하루도 살 의욕이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힘과 용기를 내서 이 험난한 세파를 있는 힘과 지혜로써 헤엄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말이니까 쉽지 실제 맨몸으로 누구 하나 거들어 주지 않는 사회에서 홀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친다고 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더욱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일 경우 그 어려움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흙탕물 속에서도 청아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활기차게 피어나는 연꽃을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같은 연꽃의 생리를 우리의 삶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기상과 의지, 그리고 삶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삶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들에게 십자로(十字路)를 사랑합시다란 말을 인사말로 대신한다. 사실 이 말이 그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마치 위대한 철학자나 되는 양 힘주어 이렇게 외치곤 한다.

십자로란 무엇인가. 이것은 내가 주장하는 슬로건의 첫 자, 열 자를 모아 만든 것으로 ‘용(容)·감(感)·희(喜) 나·가·자 참·바·다·로’이다.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가리지 않고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의 지침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이말의 참뜻을 심어 주고 싶은 욕망이 워낙 강렬하여 구호처럼 외치고 다닌다.

열 자의 의미를 밝히면 이렇다.

‘용(容)·감(感)·희(喜)’는 용서할 용(容), 감사할 감(感), 기쁠 희(喜)의 한자로서 남을 용서하는 따뜻한 마음과 늘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생물과 같이 용솟음치는 기쁨으로 살아가자는 뜻이며 더 나아가 기쁨 속에서 희망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나·가·자 참·바·다·로’는 나라, 가정, 자신, 참된 생활, 바른 사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재건(再建)과 옳은 길(路)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이런 단단한 십자로를 구축하여 항상 옳은 길을 걸어감으로써 국가·사회에 공헌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늘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별이고,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꽃이고 인간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