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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불과 4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범여권의 후보를 어떻게 그리고 누구로 결정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여 자칫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지난날의 경우를 살펴보면 후보 결정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심지어는 분당사태로까지 발전하는 쪽은 대개 권력의 구심력이 약한 야당이었고, 여당의 경우는 최고권력자의 의중이 반영된 가운데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전개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이명박, 박근혜라는 이른바 ‘빅2’간의 극렬한 상호비방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예측가능한 구도로 후보 결정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반하여 범여권은 도무지 안개속의 형국을 면치 못하고 있어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여권의 후보 결정문제가 이처럼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바탕에는 곧 옛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무능력함과 거기에서 비롯된 당의 붕괴가 자리잡고 있으며, 거기에 더하여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생존을 위한 대처방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놓고 구 민주당 내부에서 마져 갈등과 이견이 노출되어 자칫 또 다른 분당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어 민주당의 근거지인 광주·전남 지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른바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모두를 안고가자는 대통합파와 국정실패에 책임이 큰 사람들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소통파간의 대립이 그것인데 어느 것이 더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하여도 판단이 쉽지 않을 만큼 그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야기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정에 실패했다면 정권을 내놓아야하고,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 또한 다음 총선에서 민의(民意)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상식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지고 있다. 이는 마치 국정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의 심판을 회피하고 다시 한번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잔재주의 경연장’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연관지어 볼 때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물론 대통합파와 소통합파 양측의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는 대통합파의 주장은 나름의 근거와 절박감이 묻어나고 있며,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측면과 ‘도로 열린당’이라는 비난을 받아서는 집권가능성이 없다는 소통합파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지역민들이 이 두가지 주장 가운데 어느쪽을 지지할 것인가에 따라 12월의 대선은 물론이고 내년 4월의 총선판도도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란 점에서 여야 모두 우리 지역민들의 여론 향방에 희비가 엇갈리게 될 전망이다.

오수열<조선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