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국가 청소년 위원회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19%가 가출한 경험이 있고 57.1%가 가출의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가출한 청소년의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들 중 25.5%가 10세부터 13세로 매우 연령층이 낮고, 또 그들 중 58%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충격을 더욱 더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가출 청소년들의 사유를 들어보면 획일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즉 구속과 억압, 현실생활에서의 도피, 봉건적인 가족규율에 대한 반항, 가정불화의 환멸과 미지세계의 동경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만일 자기 가정에서 가출자녀가 생기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제정신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유가 무엇이고 어디에 있던 가출한 청소년들은 얼마나 막막한 심정일까. 자신의 이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우발적이고 막연한 호기심이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가져오고 위험하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단 말인가.

지난 5월 한 여중생이 가출로 인해 못된 사람을 만나게 되어 1000명이 넘는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건은 우리 사회를 크게 충격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는 가출한 청소년 14명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절도와 날치기 등으로 범죄 행각을 저질렀던 사건도 우리 사회의 충격이며, 가출한 10대의 소녀가 노숙자의 돈을 훔쳤다는 오해를 받아 그 노숙자의 폭행으로 죽음을 당한 소녀의 안타까움도 가출 청소년들의 처절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누가복음 19장 10절에서 말하기를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도 가출한 인류를 찾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함이라(‘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고 말했다. 즉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가시밭의 산천을 헤매더라도 철없는 어린 양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막연한 동경으로 집을 떠난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불행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부모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일류학교에 대한 집착이나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이해부족, 극도의 경쟁사회가 빗어낸 탈락과 좌절, 도덕적 가치가 몰락해 버린 사회적 괴리 현상 등 이러한 문제들로 청소년들은 갈등과 방황이 더욱 더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분명 사회가 책임져야 하고, 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 이란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껍질 같은 현실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싶어서 때로는 금지된 광장을 넘보게 된다. 방황하고 싶기도 하고, 휘청거리고 싶은 것이다. 때로는 끝없는 광야를 달리고도 싶을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며, 부모님 몰래 담배를 피우고 싶거나, 한 모금의 술도 마셔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가출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과 행동인가를 알지 못하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 시절의 난맥상임을 알아야 한다.

한 해 동안 가출한 청소년이 10만 명이 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다. 범국가적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 예방책은 물론 가출 청소년들의 사후 처리에 필요한 특별법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