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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재보궐선거가 끝난지도 벌써 열흘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 규모로 치면 여섯 곳의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기타 몇 곳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였으니 그다지 큰 것도 아니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일부 언론에서 ‘미니 총선’이라고 표현할 만큼 지대한 것이었다.

선거결과는 여, 야간 백중세 또는 야당의 근소한 우세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압승과 집권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집권당에게는 그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장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심각한 내부적 갈등을 가져오게 될 것이란 점에서 필연적으로 정계개편까지를 유도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역대의 선거를 분석하여 보면 총선 뒤의 재보궐선거의 경우, 항상 여당에게 다소 불리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처럼 여당이 국회의원, 단체장, 광역의원 등 모든 선거에서 단 한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묵사발을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향후 국정을 이끌어 가는데 대단한 부담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한 야당과의 연합내지는 통합을 위한 욕구는 더욱 분출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가 끝나자마자 문희상 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다시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를 언급하는 등 여당내의 실용파내에서는 마치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반면에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개혁파들은 오히려 선거참패의 원인을 지도부의 무원칙한 공천 잘못으로 돌리고, 선명성과 원칙의 고수만이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내홍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통합논의의 또 다른 대상인 민주당의 입장과 상황은 어떠한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완전한 현상유지’를 달성하여 적어도 광주?전남에서는 확고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였고, 수도권의 경우에도 후보를 공천하여 선전함으로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고민은 현상대로라면 호남을 제외한 여타 지역에서 당선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어서 결국 ‘호남당’ 즉 예전의 자민련이 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확실하게 불식시켜 전국 정당으로의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데 있다. 여기에서 정계개편의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의외로 심대평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중부권신당’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전히 ‘지역주의’가 존재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충청권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서는 중부권신당의 출현은 호남에서의 민주당의 존재가치를 더욱 높게 인식케하는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불필요성을 더욱 높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는 한곳에서도 확고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 채, 지역주의의의 타파와 지방분권 등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에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저, 행정중심도시라는 엄청난 먹이를 던져준 충남지역에서 조차도 중부권신당 쪽의 무소속에 패배한 상황은 한국의 정치현실이 여전히 이성보다는 감성에 좌우되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내편인지 아닌지의 짝짓기 본능’이 강하게 놓여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집권여당은 심각한 ‘지역균형발전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수도이전 논의는 수도권의 민심이탈을 자져왔고, 정작 행정중심도시를 주겠다는 충청권은 중부권신당에 기선을 빼앗기는가하면,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 수혜지역은 지지에 둔감한 반면, 피해 및 소외지역은 더욱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치 사면초가(四面楚歌)와 같은 상황에서 열린당의 재사들이 어떠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와 민주당과 중부권신당이 제3자를 중심으로 연합할 가능성 등은 향후 정계개편을 감상해 보는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논설위원 . 조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