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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정치개혁의 깃발을 내세우며 기세 좋게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18일 일산킨덱스에서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흡수합당을 결의함으로서 그동안의 파란만장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문을 닫았다.

과연 무엇이 창당 당시의 그 선명한 깃발을 이토록 허무하게 퇴색시켰을까. 더욱이 전당대회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찬성하는 측과 열린우리당의 사수를 주장하는 측간에 심한 고성과 몸싸움마저 오가는 혼란으로 시종하였다고 하니 이 땅에 또 하나의 정치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한때는 대통령을 수석당원으로, 국회에서는 과반수 넘는 의석을 차지한 제1당으로 군림했던 정당이 채 4년도 되지 않아 이처럼 참담한 모습으로 해체되게 된 원인과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과연 열린우리당의 실패로부터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 할까.

필자는 우리당의 침몰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다음과 같은 원인들을 내제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당이라는 것은 한 두 사람의 결사(結社)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며 민중(民衆)의 뜻에 합치되어야 영속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연 4년전 우리당이 창당될 당시 거기에 민중의 소망이 얼마만큼 진실 되게 반영되고 투영되었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한 사람들은 그들이 내세운 명분과는 달리 민중의 뜻과는 거리가 먼 민주당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그들의 권익을 지켜 내려는 사람들이였거나 그러한 움직임에 기생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정당도 하나의 조직이라고 할 때, 역사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란 단순히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허한 피조물이 아니다. 그 속에서 수 많은 인간들의 피와 땀으로 사상이 형성되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문화가 꽃피워지면서 설혹 그것이 시들어간다 할지라도 또 다른 사상과 문화 속에서 그 ‘혼’을 남겨 놓는다. 따라서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들은 이러한 역사성만으로도 이미 민중과 하나 되면서 그들의 희망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그것을 현실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을 터득하게 된다.

이러함 점에서 볼 때 열린우리당의 정치실험은 이미 창당 당시부터 그들 스스로 선언했던 ‘100년 정당’으로 우뚝 서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한 모습을 다방면에 걸쳐 나타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정당도 하나의 ‘인간집단’이라고 할 때, 그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에게서는 당지도부 상호간과 당지도부와 당원 그리고 당원과 당원 등 모든 계층에 있어서 상호존중, 상호신뢰의 인간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이른바 ‘노무현 탄핵바람’에 힘입어 당선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한 사람도 없었고,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만이 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준거가 되었다.

넷째, 정당은 정치적 견해와 목표를 같이한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따라서 정당이 커다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념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경우 그 어디에서도 이러한 이념적 동질성에 의한 단결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떻든 열린우리당은 우리정치에 또 하나의 교훈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역사란 성공한 것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지만, 실패한 것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당의 침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조급성’으로부터 벗어나야 커다란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4년전 당시 일부 언론이 ‘탈레반’이라고까지 불렀던 몇몇 개혁원리주의자들이 민주당과의 결별을 통한 신당 창당 보다는 민주당을 개조해나가면서 개혁을 도모하는 방식을 취하였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이처럼 지리멸렬되어 뉴스의 포커스가 야당에게만 집중되는 일방적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기야 수(數)가 무궁무진한 사람들이니 또 어떤 묘수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오수열<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