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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야채를 그대로 먹는 것은 생기 있는 자연을 먹는 것이다. 태양이 기른 식물의 엽록소는 식물의 ‘푸른 생명의 피’이며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양배추는 식용채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7세기 산업적으로 가공되기 시작한 최초의 식품이었다. 배추의 변종인데, 기원전 2500년경 서유럽 해안의 야생종을 피레네 산맥지방에 살던 바스크인들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유명한 철학자인 디오게네스( ? - BC 320경)는 통속에 살면서 위생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90세까지 살아 당시로서는 최고의 장수자이다. 경제성과 이상주의를 추구하던 그는 만병통치약이며 장수의 비결로 양배추만 먹었고, 피타고라스도 양배추를 장수식으로 추천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연회에서 양배추를 먹으면 술에 취하지 않는다고 믿어 싱싱한 양배추에 식초를 뿌려 먹는 건강식이 추천되곤 했다. 중세에는 좌골신경통과 궤양에 양배추고약을 썼고, 아직도 일부 시골에서는 양배추를 기침약의 처방으로 쓰고 있다.

다산(多産)의 상징으로도 여겼는데 양배추를 자르면 우유와 같은 액체가 스며나오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여러지방에는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에는 양배추스프를 먹는 오랜 관습이 있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요구르트, 올리브와 함께 장수식품으로 손꼽히는 채소이다.

쿡 선장은 첫 항해(1769년)에서 심한 폭풍으로 선원 중에서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선박의 의사는 압축한 양배추를 상처에 붙여서 괴저를 예방했다. 그 후부터 영국해군 군수부에서는 항해에 나가는 모든 배에 괴혈병 예방을 위하여 양배추를 싣도록 했다.

양배추는 꽃잎이 4장인 십자화채소로 발암물질에 작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1950년 프랑스의 체니라는 사람은 양배추에서 궤양 발생을 예방하는 물질을 추출했다. 그 물질을 비타민 U로 이름 붙였는데, 손상된 위나 십이지장의 점막을 보호하여 재생을 돕는다. 비타민K는 궤양으로 인한 출혈을 저지하는 효과로 양배추가 면역력을 높이고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양배추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백혈구의 작용을 강화하여 TNF(종양괴사인자)의 분비를 촉진시켜 암퇴치에 큰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가 있으며, 섬유질과 칼륨은 정장작용과 초조함을 막아 준다. 피를 맑게 해주고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어 당뇨병 예방과 치료, 위궤양, 통풍예방에 효과가 있고 주근깨,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에 좋다.

양배추는 가능한 한 생으로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위가 약한 사람은 생으로 대량 섭취는 삼가해야 한다.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 공급량은 증가할 수 있으나, 위가 냉해져서 소화흡수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생주스의 경우 너무 차지 않게 해서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양배추는 생채나 쌈, 샐러드,주스로 만들어 먹기 좋은 야채다. 위궤양치료에는 우유1/2컵에 양배추잎 3장을 갈아 마시면 효과가 있다. 푸른 겉잎과 단단한 심(芯)은 칼슘과 비타민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이용하자. 가급적 무기농 야채나 저농약 야채를 선택하여 통째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양배추는 단단하고 들어보았을 때 묵직하고 속이 꽉 찬 것이 좋은 것이다. 흰 속잎만 남은 것은 오래되어 겉잎을 떼어낸 것이므로 되도록 푸른 잎이 많은 것을 고른다.

샐러드로 먹을 때는 결 반대방향으로 채썰어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더 좋다. 양배추김치, 양배추피클, 양배추말이 초밥, 양배추볶음, 데치거나 밥 위에 쪄서 양념장에 싸먹는 양배추쌈, 쇠고기 간 것과 양파 등을 넣고 돌돌 말아 소스에 익혀낸 롤캐비지도 권해볼 만한 요리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