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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과 대학교수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젊고 똑똑해만 보였던 신정아씨의 가짜 박사학위사건 이후 이들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사회의 눈총이 너무나 따갑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학벌이 아니고서는 행세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어찌 신정아씨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만 그렇다고 하여도 가짜학위로 교수되고 비엔날레 감독에까지 오른 그녀에게 동정의 눈빛이 비추일 만큼 우리사회는 온정적이지 못하다.

더욱이 그녀의 가짜행세가 하필이면 빛고을광주의 비엔날레 감독선임을 계기로 하여 들통나게 되었고, 그 석연찮은 과정이 연일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광주는 본의아니게 그 인지도가 상승하는 부대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여기에서도 세상사에는 항상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광주에도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지않을 터인데 하필이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가짜박사를 데려오려다 이처럼 호된 진통을 겪게 되는 것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직도 우리 모두가 지방대학의 수준에 대해 확신을 지니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지역에 소재한 미술학과의 수준이 국제적 행사를 주관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물들로 충원되어있고, 적어도 전국적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었다면 우리지역의 행사에 본인 스스로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토로한 신정아씨를 굳이 감독으로 초빙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우리는 왜 지방대학의 수준이 수도권대학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우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국가 경제력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대우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방대학에 남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타가 인정하는 예술의 도시 광주가 아닌가. 그것도 시장을 비롯하여 시민 모두가 세계적 수준의 비엔날레로 정착시키겠다는 광주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도시, 어디 그 뿐인가. 머지 않는 장래에 ‘아시아의 문화수도’가 되겠다는 광주에서 비엔날레를 이끄는 감독 하나를 선발할 수 없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와 전문가들이 수도권에만 몰리지 않는 데에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설혹 급여면에서 다소 불만족스럽다고 할지라도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다면 시골대학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광주를 지식인들이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쾌적한 도시로 만드는 것도 그들을 유인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지방대학을 살리자. 이 운동은 범지역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경제인들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도권의 쓸만한 대학 졸업생들을 뽑아서 쓰는 것이 당장은 회사에 이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지역경제의 후퇴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지역경제인들이 깨달아야 한다.

대학들도 자기 개혁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와 강의는 게을리하면서 총장선거판에 쫓아다니며 보직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처장님’, ‘학장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연구실적의 공개마저 두려워하는 놀고 먹는 사람들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풍토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전문가들이 지방대학을 떠나지 않는다. 실력있는 이공계 교수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시(市)차원의 연구비 지원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이든 국가든 발전의 성패는 결국 사람(人)에게 달려있다. 신정아씨 서건을 계기로 우리가 인재육성의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면 그 또한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수열 <조선대 정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