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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당들이 후보 선출을 위해 분망한 모습들이다.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확정하여 본선거에 대비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역시 권영길 의원이 후보 3선에 성공함으로써 대권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얼마전까지 이른바 ‘범여권’이라고 불리웠던 열린우리당의 대부분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의 일부가 참여한 대통합민주신당 그리고 민주당의 경우는 이제야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진행됨으로써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각 정당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국민경선’이라고 하여 비당원(非黨員)인 일반 국민들의 지지율을 경선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근대 민주정치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당정치(政黨政治)이며, 정당이란 정치적 주의·주장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권력획득을 위하여 조직한 결사체(結社体)라는 것은 익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당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등 주요 선거에 그 후보자를 내세워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치적 무대에 등장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정당의 공천을 받는 과정과 그 다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두차례의 신임 획득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각 정당들이 후보 결정에 국민경선의 성격을 도입하는 것은 자칫 당내심판이라는 1차적 관문과 국민의 선택이라는 2차적 관문간의 성격이 모호해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의 공천이 본 선거에서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때, 공천과정에서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당원들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작용해야 하며, 후보를 결정하는데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여 당원의 의사와 함께 혼재하는 것은 정당을 구성하는 당원들의 뜻이 불명확하게 되는 결과를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본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중요한 투표결정요인으로는 후보자의 자질 및 능력과 함께 소속 정당의 정강과 정책이 고려되어야 진정한 정당정치가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에 못지 않게 ‘정당의 컬러’도 중요시 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선과 총선은 지금까지 정당이 보여 주었던 정강·정책과 업적에 대한 평가적 성격을 띠어야 하며, 이렇게 될 때만이 정당의 책임정치가 구현되고 이는 곧 민주정치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지금 각 정당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국민경선이라는 명목하에 국민들의 지지율을 직접 반영하기 보다는 당원들이 국민들의 지지도를 충분히 참고하여 후보선출에 임하고 국민들의 그에 대한 평가로 정권의 향배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현재와 같이 정당의 후보자를 결정하는데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정당의 책임정치가 실종되고 이는 곧 정당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민주정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각 정당들이 아무리 국민경선을 외쳐본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국민경선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과정에서처럼 정작 국민들의 참여는 20%에 못 미치는 저조한 반면, 후보들에 의해 동원된 수자만이 난무한다면 그것은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함께 파악하고 반영하려는 근본취지는 무색하게 되면서 동원된 표심이 당원과 국민으로 이중 포장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정치합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