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있는 거문도를 찾았다.

여수에서 114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2시간 20분 정도가 걸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거문도는 서도와 고도, 동도로 나누어져 있는데 가장 작은 고도에 상권이 집중되어 있으며, 그 마을이 거문리라고 한다.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가 아치형으로 연결되어 있어 멀리에서 보기에 무지개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움이 묻어 있다. 섬의 총 면적은 약 110만㎢이며, 섬 주민은 2300여명이 살고 있다. 그중 80% 정도가 어업에, 20%는 상업과 서비스업 또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산품으로는 갈치가 있는데 주변이 청정해역이어서 그 빛깔은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띠고 있다. 하지만 거문도의 명물은 누가 뭐라 해도 백도와 관백정의 등대로 보고 있다.

백도는 본도에서 동쪽으로 28km 정도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누어져 39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란 융단에 옥구슬이 막혀 있는 듯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상백도에는 등대섬을 비롯하여 시루떡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매바위, 삼선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물개바위, 부채바위 등 기암괴석의 위용들은 과히 신의 직품이라 명명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거북바위를 뒤로 두고 우측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니 하백도의 수려함이 눈에 와 닿는다. 하백도에는 부처바위, 궁정바위, 쌍돛대바위, 진돗개바위, 각시바위, 성모마리아바위, 예술가바위 등이 관광객들의 시안을 자극할 만하다.

특히 궁전바위의 모습은 수직으로 서 있는 돌기둥 사이사이로 서양의 고딕양식을 연상케 하고, 공전바위의 하단에 자생하는 희기식물들이 푸른 융단을 만들면서 서양식 궁전의 위용을 신으로부터 하사 받은 양, 하늘과 바다와 돌기둥들이 3박자를 이루고 있는 조화는 하늘 아래 비경임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빛은 푸르다 지쳐 수정 알로 변하고, 햇빛을 머금은 괴암들은 황금알을 낳는 듯, 백암에 부딪히는 슬픔을 삼켜버린다. 어찌 비경이 이 뿐이랴 하겠는가.

관백정 등대 또한 거문도 여행객들에게 각인될 만한 비경의 추억이다. 서도의 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관백정 등대봉은 남쪽나라 수만리의 수평선과 선을 긋고 망망대해의 한 척의 조각 선을 눈에 넣을 수 있는 시야의 정점이 된다.

육모정의 관백정 아래로는 수백 길의 수직 암벽으로 해수의 몸부림을 볼 수 있고, 그 빛 또한 너무도 청량하여 하늘을 반사해 준다.

관백정의 오가는 길은 동백 숲의 터널이 3km나 이어지고, 사랑하는 이의 손목을 잡아도 편안한 도폭이다.

이토록 신이 점지한 대자연의 보화가 존재하지만 행정기관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고도의 회양봉 기슭에 있는 영국군 묘지나 해저케이블 기념비의 관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정의 게으름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영국 병사의 묘는 그렇다 치더라도 해저케이블 기념비 앞쪽에 쓰레기 처리장이 설치되어 뜻있는 이의 발길을 막고 있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이면 하루에도 수백명이상이 관광하는 관백정에 한 사람의 안내원도 없다는 것은 거문도의 위상을 낮추는 부작위이다.

더욱이 여수시는 해양 엑스포를 꿈꾸고 있는 도시이다. 천혜의 자산을 더욱 더 아름답게 가꾸기를 기대하는 나그네의 소고일 뿐이다.

서길웅<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