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 박노련의 작품세계 : 17년만의 외출, 선비화가의 無心 : 대지와 씨앗의 자연과 생명

담양(대덕)에 17년 전에 정착하여 칩거를 하다시피 하면서 조용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담양에 정착하기 전, 광주에서 활발한 미술계의 활동을 해왔던 그가 ‘왜 그가 담양으로 거주지역을 옮기면서 전과 후의 작품활동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일까?’ 또 ‘그가 어떠한 철학과 정신으로 작품제작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하여 그동안 주변에 사람들은 의아해 하며 아쉬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그의 작품을 읽어 가다보면 감지할 수 있듯이 잔잔하게 우러나는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어법과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지며, 거주지를 옮기고 난 후, 17년간의 작품들은 더욱 자연과 함께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되어 진다. 그리고 왜 시골에서 귀농학교를 다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풀릴 것이다. 또한 그의 눈빛과 소박한 삶의 태도에서 맑고 투명한 기운(氣運)과 따뜻한 성품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박노련은 노자의 자연주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감화와 생명사상 등에 대한 이해를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작품제작도 이러한 그의 철학과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은 의문에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러한 그를 보면서 우리시대의 “선비화가”라 칭해도 부끄럽지가 않을 듯싶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박노련의 작품에 큰 변화 없이 관통하는 정신세계는 자연주의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그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과 학자적 인품 그리고 높은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의 작품세계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 또한 “대지”와 “씨앗”에 대한 연작으로 과거 작품경향의 연장선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접근 또한 자연에 대한 애착과 사랑에서 출발하여 슬픔과 생명, 생성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마치 대지 위에 바람이 스쳐지나 가는 듯한 이미지와 붓끝의 흐름은 한편의 조용하고 편안한 시(詩)를 읽고 있는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