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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신정아씨 (당시 동국대 교수)가 광주비엔날레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기자들과 회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여자가 여간 똑똑하게 생겼구나’라고 속으로 감탄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의 감독 하나를 우리 지역에서 선임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인재 양성을 임무로 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였다.

결국 외국 유명대학의 박사학위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한 신정아씨의 감독직 취임은 우리 시대의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연결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잘 나가던 고위 관료의 일생을 망가뜨리는 비리(非理)로까지 발전됨으로써 사회 일각에서는 장희빈, 장영자에 이은 우리 역사상 3대 여화(女禍)라고까지 일컫어지고 있다.

필자가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신정아씨 사건을 언급한 것은 그것이 곧 인재를 육성하는데 소홀해 온 우리 지역사회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고, 그 이후로도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자각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명색이 예향이라는 광주에 그것도 미술관련 학과가 세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비엔날레를 책임지고 이끌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이 지역의 미술인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처럼 사회가 다원화(多元化) 되어가는 상황에서는 미술을 단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며, 미술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한 과정으로서 설치와 전시를 포함하는 폭 넓은 작업으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 지역의 미술 관련 학과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맡아 처리할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인재를 키우는데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에 대해 뒤늦게나마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그림 그려 파는데 급급하거나, 이러저러한 감투 얻는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되새겨 보아야할 일이다.

우리 지역의 낙후성이 어찌 미술뿐이겠는가, 최근 어떤 중앙일간지에서 전국의 대학을 평가한 내용이 보도된 바 있어 관심 깊게 읽어 보았지만 우리 지역의 대학이 각 부문별 상위에 랭크된 것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이쯤 되면 지난날 교육․행정․군사도시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광주의 명성은 이미 퇴색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개인이 되었든 조직이 되었든 지난날의 역사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거에만 매달려 안주(安住)하여서는 결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이제 21세기 첨단산업시대에 광주가 낙후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당백의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 제 역할을 다 해주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서부와 남부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데에는 그 지역의 대학이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데에서도 지역 발전과 대학의 역할이 결코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하겠다.

이제라도 범지역적 차원에서 대학에 대한 폭 넓은 지원과 그에 대한 엄정한 평가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그에 앞서 대학인들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지금은 대학도 지난날처럼 상아탑으로만 남아 존재 할 수 없으며 지역과 국가 발전의 한축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