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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이 지극히 감미롭고 짙어 횟감으로 상등품이다"고 정약전은 200여년 전 자산어보( 玆山魚譜)에서 웅어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웅어는 도어,위어라고도 부르는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로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되는 행주나루의 특산품이었다.

한강 하류 행주에는 지금도 웅어가 많이 잡힐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 많이 잡힐 때는 잡힌 웅어 때문에 배가 가라앉을까봐 그물 던지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웅어는 그 만큼 많이 잡혀 조선시대에는 관련된 관청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물고기였다. 그런데 웅어가 점점 사라져 귀한 몸이 되었다.

웅어라는 이름도 위어(葦魚), 즉 갈대밭에 모여드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한강에서 갈대밭이 사라진 후 웅어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웅어는 4～6월이 가장 맛좋은 때로 크기는 25～30cm로 가늘고 긴 은백색의 몸은 뽀죽한 칼 모양이다. 4, 5월에 바다에서 영산강, 한강, 낙동강 하구 부근에 올라와 갈대 사이에 산란한다. 알에서 깨어난 물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성장한 뒤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른다. 맑은 물보다는 흐리지 않을 정도의 물에 살며, 낮에는 깊은 강물 속에서 활동하다가 저녁노을이 강가에 비춰지면 물위로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

생선의 이미지는 차고, 희고, 순수한 것으로 인간의 뇌를 만드는 인(P)이 많이 들어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생선은 “ 난파선의 선원이 마지막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비참한 식품” 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가치기준은 달라져 미식가로 알려진 사람들은 대부분 생선을 좋아했다. 또 육식이 주는 인체의 폐해를 잘 아는 현대인들은 이제 생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웅어는 영산강 주변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굵은 웅어는 살만 발라 회로 먹는다.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으면 쫄깃한 웅어살이 입에 착 달라붙고 야들야들 하면서 쫀득거리는 씹히는 맛은 담백하면서 차지다. 작은 웅어는 뼈채 얇게 썰어 초고추장에 무친다. 이때 잘 익은 감식초로 초고추장을 만들면 양조식초의 맛과는 다른 깊은 맛이 있다. 뼈채 씹히는 웅어의 고소한 맛이 새콤달콤한 양념 맛과 어울려 봄타는 입맛을 단번에 확 잡아챈다. 잃은 입맛을 단번에 자른다고 웅어를 도어(?魚)라고 했던 것은 아닐까?

웅어 매운탕은 고추를 갈아서 얼큰한 매운 맛을 내고 미나리와 부추 등을 넣으면 봄의 향기를 입안에 확인시켜준다. 담백한 소금구이 맛도 좋고, 바싹바싹 하고 고소한 웅어튀김은 입뿐만 아니라 귀까지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웅어에는 슬픈 연인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행주나루에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웅어를 잡아 생계를 잇는 가난한 소년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약으로는 치료를 포기한 대감의 외동딸이 마지막 희망으로 웅어치료를 위해 행주로 내려 왔다. 음력 3,4월에 주로 잡히는 웅어 보관을 위해 소년은 석빙고까지 만들어 처녀의 병 치료에 정성을 다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소년의 사랑과 정성은 처녀의 병을 낫게 하였다. 사랑하게된 이들은 집안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자 석빙고 안에 들어가 웅어와 함께 얼음이 되었다한다. 사랑을 잃고 사느니 차라리 부둥켜안고 얼음이 되어버린 연인의 이야기.

저녁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들녘에 서서 머리를 들고 강가에 올라오는 웅어를 그려본다.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얼음이 되어버린 연인과 은빛으로 뒤척이는 웅어를.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