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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의 고서인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이도살삼사(二挑殺三士)”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을 직역하면 “복숭아 둘로 세 명의 장사(壯士)를 죽인다”는 뜻으로, 힘이 능히 태산을 밀어내고도 남는 사람이 세 사람이나 되지만 한 사람의 음모를 통해 하루 아침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景公)에게는 자기의 신변을 호위하는 공손첩, 고야자 그리고 전개강이라는 세 장수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맨주먹으로 범을 쳐서 죽일 수 있는 용사들로 각각 그 나름대로의 공을 세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힘과 공명심이 강해 왕과 다른 신하들의 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왕과 신하들은 그들을 제거하고자 하였으나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당시 경공에게는 한 동안 침체했던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명재상인 안영(晏?)이 있었는데 그들을 제거할 한 계책을 왕에게 얘기하였다. 그 계책은 다름 아닌 “이도살삼사(二挑殺三士)”였다. 즉, 노나라의 임금을 초대한 자리에서 만수금도(萬壽金挑)라 불리우는 복숭아 여섯 개 중 두 임금과 두 재상이 각각 하나씩 먹고 두 개를 남긴 다음 공로가 많은 자에게 두 대의 복숭아를 먹게 하면 공명심이 강한 세 사람은 반드시 서로 싸우다 죽게 될 거라는 음모였다. 행사 당일 두 개의 복숭아가 남게 되자 공손첩이 먼저 자신의 공적을 얘기하고 하나의 복숭아를 먹었다.

이어서 고야자가 또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며 나머지 한 개의 복숭아를 먹었다. 그러자 마지막 전개상이 자신의 공로가 두 사람보다 큼에도 복숭아를 먹지 못하는 모욕을 당했다며 스스로 자결하였다. 이를 본 공손첩과 고야자 역시 공이 더 작음에도 복숭아를 먹은 잘못을 한탄하며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다.

나는 이 고사(古事)를 보면서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이 이 세 사람처럼 곤경에 처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최근 정부의 갑작스런 교원 정년 단축으로 초등교원 부족현상이 심화되자 국가가 제시한 법에 의해 설립되어, 정부가 주도한 교육정책 하에서 교원을 양성해 온 사대가 있는 종합대학들이 자신들의 공적을 앞세우며, 교대를 흡수하여 초등교과를 부전공한 중등교원으로 초등교단을 차지하려는 생각과 초등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초등교단은 초등교원양성대학원인 교육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배출된 교사가 담당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 또한 이미 각 시도교육청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보수교육하여 초등교육 현장에 내보내기 위해 보구교육대상자를 선발했으며, 조만간 보수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이를 두고 전국의 교대학생들은 보수교육 철회를 주장하며 수업거부 등 단체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교대 학생과 사대 학생, 교대 교수와 사대 교수들의 이유없는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질시가 자라나는 현상을 보게 된다.

나는 초등교원 양성 대학의 종사자로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슬픔에 잠길 때가 많다. “초등교원의 부족”이라는 “복숭아”가 서로를 상처 내어 결국 이를 먹는 자나 못 먹는 자나 교육적 양심에 자책하며 우리 교단은 몰락할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학습의 시행착오는 가능하지만, 교육의 시행착오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가르치는 것과 잘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를 우리 스스로가 다시 한 번 냉정히 직시하였으면 한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