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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00:01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양심은 영혼의 소리이고, 탐욕은 육신의 소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영혼의 소리인 양심은 무엇이고, 육신의 소리인 탐욕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탐스럽게 잘 익은 과일나무 옆을 지나가는 경우, 하나쯤은 따 먹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육신의 소리가 입맛을 유혹하여 손이 과일을 따려고 한다. 그 때 영혼의 소리가 ‘남의 것이니 안 되지, 그것은 절도 행위야’이런 말로 과일을 따려는 손을 멈추게 한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남의 물건에 손을 대려는 생각, 그러나 그때마다 양심이 육신의 욕망을 가로 막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한다.

만약 우리 인간에게 양심이 없다면 인간사의 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들겠는가. 인간은 양심이 있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양심은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양심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고귀한 것이기에 바르고 깨끗해야 한다. 부처님의 말씀에 팔정도(八正道)란 말이 있다. 즉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직업, 바른 노력, 바른 기억, 바른 명상 등을 말씀하셨는데 이 팔정도는 바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도라 말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면 웃지 못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국민의 최고 통치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양심의 소리가 아닌 말을 많이 하고 있는 듯 하고, 삼성그룹의 비자금 문제가 일파만파로 정치권은 물론 기업이나 우리들에게 우울한 기분을 들게 하고 있다. 루소가 말한 대로 탐욕적 육신의 소리이기에 금품으로 인한 갈등들이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민생을 어렵게 하며 우리를 곤욕케 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학자인 퇴계(이황) 선생은 이웃집 밤나무에서 가을이 되어 떨어진 밤알을 아침마다 주워 모아 하인을 시켜 이웃집 담 너머로 던져 주어라 하였다. 하인이 알현하기를 “대감, 그까짓 밤 몇 알을 굳이 던져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퇴계 선생은 “하찮은 밤 몇 알이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 먹는다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양심이라” 하시며 하인들에게 정직한 행동을 가르쳐 주셨다는 일화가 있다. 또 요즘 각급학교의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구내매점을 무인 판매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처음 시작한 몇 달 동안은 운영에 차질이 없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적자가 발생하여 유인매점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즉 육신의 소리가 물욕(物慾)을 유혹하였다는 근거이다.

얼마 전 잘 아는 지인 한분이 덴마크를 여행하고 돌아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덴마크의 한 시골 길가에 사과밭이 있는데 사과들이 어찌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웠던지 그 사과를 몇 개 사고자 했지만 사과밭 주인이 없어 한참을 기다리다가 막 가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오더니 사과를 따 가지고 가격표를 보고 궤짝에 사과 값을 지불하고 가더라는 것이다. 진정한 양심의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우리 동양사에도 양심에 대한 많은 일화가 있다. 부디 양심의 소리가 육신의 탐욕을 억제하여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서길웅<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