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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어느 언론이 보도처럼 이번 17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지저분한 선거’였던 것 같다.

선거 기간 내내 상호 비방과 폭로 등 네거티브가 판을 친 가운데 정책선거는 실종되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금품살포와 향응 제공 등의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은 우리 정치풍토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다.

어떻든 선거는 끝났고 당선의 월계관은 이명박 후보의 것이 되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우리의 정치에 적지 않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고, 그 파장 또한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정치적 중심이 진보진영으로부터 보수진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0여년의 권위주의체제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며 민주화를 추구해왔던 진보 진영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번 대선에서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이념적 정치지형의 변화와 함께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역적 정치구도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은 반면 정동영 후보는 호남지역 밖에서는 모두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하였다.

이는 대선 기간 내내 이명박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두자리수 지지를 호소한 것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역대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어느 후보보다도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셈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명박 당선자는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멀리는 해방이후 60여년의 정치사에서 호남이 처해왔던 역정에서, 조금 가깝게는 5. 16 군사구테타 이후 전개되어온 지역차별에서 비롯된 지역갈등이 아직도 말끔히 치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지역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영, 호남간의 지역갈등은 문민의 정부 이후 점차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왔고, 참여정부는 영남출신 후보를 호남이 지지함으로써 탄생될 수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17대 대선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확대됨으로써 정치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훨씬 바람직했겠지만 결과는 또 다시 ‘호남 고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광주(8.59%), 전남(9.22%)과 전북(9.04%)의 유권자들에게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500만표에 육박하는 큰 표차로 대승한 상황에서 이들이 던진 지지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마음만은 진정으로 소중하다고 할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아량과 이해, 그리고 베품의 ‘통큰 정치’만이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가져올 수 있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할 때만이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