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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잘못 살면 갇혀있는 곳이 된다. 그러한데 중국 서안 교외에 진시황의 무덤인 여산릉은 놀랍다.

「자치통감」에 보면 무덤 안을 온통 구리를 녹여 굳혀 왕궁을 재현하고 수은(水銀)을 환류시켜 은하수를 만들었으며 천장에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성좌를 그리고 땅에는 자신이 통일시킨 진나라의 지도를 그려 죽어서도 황제로서 군림하고 있다.

죽어서 살 집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살았을 때 집의 규모는 말할 나위없다. 초호화 건물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그 유명한 아방궁이 바로 그 집이다.

진시황은 여섯 나라를 통일하자 서안 아방촌(阿房村)에다 거대한 궁전을 조영함으로써 그 위엄으로 천하에 군림하려 들었다.

「사기(史記)」에 그 정전(正殿)의 규모가 적혀 있는데 동서가 5백보(步), 남북이 50장(丈)으로 1만 명의 사람이 들어앉아도 남는 자리가 있을 만한 넓이라 했다. 곧 가로가 800m, 세로가 150m나 되는 상상을 초월한 건축이다.

대궐 안에 이같은 전각만도 3백여 개나 되고, 이 궁을 짓기 위해 8만 가구의 주민을 강제로 내쫓았으며, 거세한 죄수 연 70만 명을 이 아방궁 역사에 강제 동원하고 있다.

모든 독재자들이 그러하듯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도망칠 땅굴도 파고 있는데, 아방궁에서 위수(渭水) 밑을 뚫고 강 건너 남산에 이르는 무려 30리의 지하터널까지 파 나갔던 것이다. 온 세계에 현존하는 궁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북경의 명(明) 청(淸) 시대의 자금성도 이 아방궁에 비교하면 소인국(小人國)의 궁전에 불과하다.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太和殿)만 비교해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가로 60m, 세로 33m로서 아방궁 정전과의 면적비(面積比)는 60대 1에 불과하다. 전각 수도 아방궁이 3백 개인데, 자금성은 1백 개 밖에 안되고-. 그 궁방의 많은 부분을 홍도방이라는 후궁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여느 궁전과 색다른 것은 청과방(靑果房)이라는 전궁(前宮)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불로장수가 철천지 원이었던 진시황인지라 풋과일 같은 이팔(二八) 이전의 소녀를 품고 자면서 그 정기를 피부마찰로 흡인하면 장수한다는 도교의 비결을 믿고 동침한 인간 풋과일들의 주거공간이 전궁인 것이다. 진시황은 그 아방궁에서 풋과일들을 품어 보지 못하고 그 역사(役事)의 여파로 나라가 기울면서 죽고 말았다. 이 아방궁은 그 후 초나라의 항우에 의해 불타 없어진 후로 그 위치가 어딘지 모르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데 10년 전에 서안의 서부 대로변에서 그 유구가 발견되어 대발굴이 진행 중이라고 중국 신문들이 대서특필하였다. 궁금한 역사의 비극들을 확인시키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루마니아 차우셰스쿠가 독재통치의 수단으로 관저를 아방궁처럼 지었다가 망신했듯이 집을 거대하게 짓거나 사람을 영웅시함으로써 형성되는 카리스마로 권력이 연장된다는 법이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 현대에 계시하고자 이제야 나타나는 아방궁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김해시 봉하마을 환경개선사업에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봉하마을 예산 투입 경위 및 사업타당성을 감시할지 주목된다. 기획예산처 등이 제출한 ‘봉하마을 지원사업’ 내역에 따르면, 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과 주변 일대를 단장하는 데 모두 495억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사업별로는 경호경비시설 35억 원 화포천 생태공원 조성 60억 원 등인 것으로 보면 국민은 불쌍하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 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