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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서당’이라는 풍속화에서 훈장 앞에서 회초리를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학동의 모습과 그것을 눈을 흘기며 겁먹은 채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더욱 재미있고 정감이 가는 그림이다.

가르칠 교(敎)의 어원은 늙은 선비가 회초리로 어린이를 때리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교육이란 이처럼 외부적인 압력, 다시 말해 회초리로 형상화된 매를 통해서 학생을 이끌고 간다는 뜻이다.

이와는 다르게 영어에서 교육(education)의 어원은 ‘내재된 잠재능력을 밖으로 이끌어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교육에 대해서도 동양과 서양의 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것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분명함을 알 수 있다.

동양 사회는 교육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회초리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회초리는 교육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초달(楚撻)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초달이란 회초리를 때려서 바로 잡는다는 뜻인데 교육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여진다.

옛날의 학부모는 자식을 서당에 보낼 때면 반드시 회초리 한 다발을 잘 다듬어서 함께 보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떼고 나면 떡과 음식을 장만해 가서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자기가 다듬어 보낸 회초리를 살펴보았다. 회초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잘 가르쳐 주었다고 고마워했던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매 맞는 것을 좋아할까 만은 부모가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선생님들은 더 이상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선생님을 깎아 내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선생님은초지로 매도되고 처벌이 문제가 될까 학생지도를 소홀히 하며 줄어드는 연금으로 가슴 졸이고 있다.

교육은 경제 논리에 밀려서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은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육의 세축인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오죽하면 선생은 죽을 판, 학생은 개판, 교실은 난장판, 학부모는 살 판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겠는가?

교육의 질과 교사의 질의 상관 계수는 매우 높다. 훌륭한 선생님은 권위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생님의 권위는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만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 주어야 하며 교사의 회초리를 빼앗아버리고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

회초리가 비록 교육학적으로 그렇게 가치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회초리 속에는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애정과 사랑, 책임이 들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기에 한순간의 고통이었던 회초리가 훗날 한 인간의 성장에 크게 작용하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회초리를 맞는 순간은 원망스러워도 그것을 참고 견뎌내는 과정에서 불현듯 인생의 전환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헷세의 소설 데미안에는 “새가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한 세계를 창조하려는 자는 또 하나의 작은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좋은 구절이 있다.

청소년기는 혼돈과 갈등의 시기이며 이 시기를 거쳐서 결국은 아름다운 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숙해 간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스스로 알을 깨치고 나오지만 또 다른 사람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기 세계를 확대해 나가기도 한다. 선생님의 회초리는 알깨기의 도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믿고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줄탁동시의 본이라 할 수 있다.

이정재 < 광주교대 전총장>